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의 ‘악어의 눈물’
입력 2017.09.04 07:00|수정 2017.09.05 09:08
    [Invest Column]
    •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7’ 개막을 하루 앞둔 31일(현지시간).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총수 부재 상황에 대해 입을 열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질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윤 사장 입에서 나온 말들은 거대한 글로벌 기업의 가전부문을 맡고 있는 수장이라고 하기엔 와닿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립돼 총수 없이도 경영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에 대해 윤 사장은 "외부에서는 별 거 아니라고 하지만 저희는 참담할 정도로 애로사항을 느끼고 있다"며 "배에 탄 사람과 밖에서 배를 보고 있는 사람의 시각 차가 있는 것이고 마음이 아프고 사실 두렵기도 하다"고 했다.

      어선을 예로 들었다. 어선 여러 척이 나가면 부문 대표이사는 선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데 선단장이 부재 중이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투자나 사업구조 개편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윤 사장은 “지금 IT업계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그 변화 속에서 사업구조를 재편해 나가야 하는데 인수합병(M&A) 등을 일개 부문장(사장)이 하기는 어렵다"며 "졸면 죽는다는데 정말 무섭고 두렵다"고 했다.

      윤 사장은 "반도체가 잘되고 있다고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잘되는 회사가 망한 경우가 많다"며 "부회장님의 부재가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여러 전략을 짜고는 있지만 3년, 5년 뒤를 위한 비전과 그를 위한 구조 개편과 M&A는 스톱돼 있다"고 지적했다. AI(인공지능) 관련 기업 인수를 추진했는데 의사결정을 해 줄 사람이 없어서 내부적으로 타이밍을 놓쳤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무섭다’ ‘참담하다’ ‘답답하다’라는 게 요지다. 일면에선 솔직함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직원 수가 9만명이 넘는 기업의, 그리고 세계 최대 실적을 기록한 기업의 부문장으로서 적합한 발언인지는 모르겠다.

      세계 IT 시장과 금융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무거운 존재감은 부인할 수 없다. 투자자들은 삼성전자가 웬만한 바람에는 버틸 수 있는,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췄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윤 사장은 삼성전자를 총수가 결정을 내려주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고, 총수가 부재하면 더 이상 미래도 없는 수준의 기업으로 끌어내렸다.

      기자간담회 내용이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권오현 부회장, 신종균 사장과 사전에 조율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내용은 3명의 대표이사로 구성된 경영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될 기회조차 뺏은 꼴이 됐다.

      일개 부문장으로 스스로를 격하시킨 것도 와닿지 않는다. 윤부근 사장은 상반기 보수로 50억5700만원을 받았다. 급여 8억6400만원, 상여 41억7600만원, 기타 근로소득 1700만원이 포함된 수치다. 윤 사장은 상반기에만 50억원을 받으면서 총수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는 '이재용 바라기'를 자처했다. 삼성전자 2분기 실적에선 CE 부문에서만 유일하게 저조했다. 매출 10조9200억원, 영업이익 3200억원으로 8분기만에 최저 영업이익을 나타냈다. 영업이익률은 2.9%에 불과하다. "가전 부문 부진으로 위태위태하던 윤 사장이 앞으로 롱런할 것"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올 정도다.

      이 부회장과의 면회 얘기가 나오자 윤부근 사장은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오너십이 오늘의 삼성을 이뤘고 앞으로도 삼성이 발전하리라 믿는다"며 "글로벌 리더들과 만나 인사이트를 갖고 미래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그걸 못하는 상태에서 어떻게 경영을 하겠나"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집에 갇혀 세상 물정 모르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고 보고서만 읽고 경영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옥중경영의 한계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윤 사장의 '눈물'이 진심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부문장이라는 제 역할에 집중하는 책임감을 보여줬어야 했다. 취재진이 제아무리 이 부회장에 대해 묻더라도 이를 물리고 IFA 기자간담회 취지에 맞게 삼성전자 가전 부문의 성장성을 어필했어야 했다. 그것이 당장 자신의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주주들에겐 힘을 북돋아주고, 길게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그런 측면에서 윤 사장의 '눈물'이 누구를 위함인지 더 알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