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라이프 증자설 '모락모락'…고민 깊어지는 현대차그룹·푸본생명
입력 2017.09.07 07:00|수정 2017.09.08 11:22
    현대라이프 RBC비율 150% 수준으로 증자 필요성 커져
    현대차그룹·푸본생명 증자 놓고 고민
    계속되는 적자에 정태영 부회장 그룹 내 입지도 흔들
    • 현대라이프의 증자 필요성이 커졌다. 낮아진 지급여력(RBC)비율 때문이다.

      대주주 입장에선 또다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상황이라 증자 여부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의 계속되는 부진은 경영자 정태영의 그룹 내 입지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5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라이프의 대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현대모비스, 현대커머셜 각각 지분율 30.28%, 20.37%)과 대만의 푸본생명(지분율 48.62%)은 증자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라이프 관계자는 “증자와 관련해서 논의 중이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라고 말했다.

      현대라이프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RBC비율은 150% 수준으로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2015년 푸본생명이 2200억원을 증자하면서 한때 RBC비율이 190%까지 올랐지만, 매해 적자가 누적되면서 RBC비율은 다시금 하락했다.

      증자에 나서야 하는 현대차와 푸본생명은 이래저래 난감한 상황이다. 계속되는 증자에도 현대라이프의 부진은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회사 설립 이후 5년간 연속적자를 기록한 데다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순손실 규모가 2250억원에 이른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경우 본업인 자동차 사업은 부진하고 금융업 확장 의지마저 없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증자에 대해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 진행되는 현대라이프의 사업개편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현대라이프는 영업조직을 전면개편하고 75개 점포를 30개로 줄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실상 개인영업은 포기하고, 현대차와 관련한 법인영업 및 단체보험 등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에 의존해 적자를 줄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사실상 보험업에서 손을 떼는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말들도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입장에선 현대라이프에 계속해서 자금이 투입되는 상황에 대해 부담이 큰 것으로 안다”라며 “당장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안정적인 사업에만 손대란 의미로 풀이된다”라고 말했다.

      한국시장 진출을 위해 현대차그룹과 손잡은 푸본생명도 이렇다 할 결실을 얻지 못하고 있다. 매년 적자가 계속되면서 배당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아직까지 가시화된 현대차그룹과의 협력 모델도 없다.

      그렇다고 증자 시 참여를 안 하기에도 어려운 입장이다. 증자 불참 시 지분율이 떨어지면 그간의 투자도 무의미해질 수 있는 까닭이다.

      이런 일련의  상황으로 그룹 내에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입지도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이 현대라이프의 인수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실적부진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사업모델을 전환하고 현대차 의존도를 높이기로 한 이상 정 부회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마트에서 보험을 파는 등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였지만, 결과론적으론 성과가 없었다”라며 “경영자 정태영의 입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