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차등·배터리 폭발 원흉으로 지목되며 사기 저하
SK, 두둑한 기본급에 상여급까지 제시하며 인력 확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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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과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 인력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후발주자 SK이노베이션으로 향하고 있다.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는 일이 시급한 SK이노베이션이 정유업계 특유의 '고연봉'에 '인센티브'까지 제시하며 연구 인력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LG화학, 삼성SDI 등 기존 업체 입장에선 후발 업체의 '인력 빼가기'로 느낄 수도 있지만, 업계에선 "예상했던 일"이라는 반응이다. 신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육성돼 온 배터리사업은 연이은 적자 때문에 사내에서 '계륵'이 됐다. 오히려 SK의 진입으로 양사의 배터리 인력들이 '처우 정상화'를 맞을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딥 체인지'를 위한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사세를 키우고 있다. 연초 이후 빠른 궤도 진입을 위해 신입 대신 경력직 위주로 배터리사업 담당 인력을 상시 채용하고 있다. 이달에도 한자릿 수 경력직 연구 인력 채용을 진행 중인데, LG화학·삼성SDI 출신 등 총 60여명 이상의 인력들이 지원에 나서는 등 업계에선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금전적 보상’이 유인책이 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 인력에도 기존 정유·석유화학 사업부 인력과 동일한 기본급(연봉)을 책정해 배터리 인력을 채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급만으로도 기존 LG 혹은 삼성 대비 30~40% 가까이 높다는 평가가 돌면서, 우수 인력들의 SK행이 이어지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주요 시장 참여자가 LG화학·삼성SDI 두 곳일 때도 삼성 내 임원을 LG에서 데려가는 등 이동이 있었지만, 양 사 간 이동 수준이다보니 처우 면에선 큰 차이가 없었다"며 "그동안 간헐적으로 이뤄지는 애플·구글 등 글로벌 IT기업행(行)이 배터리 연구직들에겐 유일한 '신분상승' 창구였는데, SK라는 새로운 창구가 하나 더 열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 LG화학 내 배터리 사업부에서 직원들이 워낙 이직을 많이 해 하루씩 연차 계획을 내면 ‘SK로 면접 가는 것 아니냐’고 의심부터 하다 보니 ‘사유 만들기’에 고심 중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각 직원들의 ‘비금전적인 설움’도 이직 열풍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최근 LG화학은 성과급 선정에서도 호황을 맞이한 기초소재 부문과 여전히 적자를 기록한 배터리 부문을 차등적으로 두면서 인력들의 내부 불만이 폭주했다는 후문이다. 삼성SDI도 뒤숭숭한 분위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갤럭시노트7' 소손사태 당시 삼성SDI를 '원흉'으로 지적한 데다 배터리 부문에서도 과거 공격적 수주로 인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SDI 내에서는 "과거 독일 완성차업체로부터 수주를 따냈을 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챙긴 '글로벌 성과'로 홍보하다가, 정작 저가 수주로 인해 손실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사업 부서의 잘못으로 돌리곤 한다"는 불만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직원들의 이직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삼성과 LG는 별다른 대응책을 보이진 않고 있다. 한 증권사 화학담당 연구원은 "LG화학 내에서도 핵심 연구를 담당하는 인력들에겐 봉급이나 진급 등 대우를 따로 관리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배터리를 총괄하는 연구소장이 SK로 이직하는 등 굵직한 인사가 이동하면 양 그룹 간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실무진 차원에서의 이동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선 SK로의 이직이 꼭 '장밋빛 전망'이 아닐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013년 '그린폴'(이산화탄소로 만든 플라스틱 소재)을 신사업으로 키우겠다며 경력직을 공격적으로 뽑더니, 정작 1년 만에 신사업을 중단했다"며 "업계에선 배터리라고 당장 중단하지 않을 보장이 있냐는 말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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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9월 1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