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까지 몰리는 P2P금융 시장…난립에 부실 우려
입력 2017.09.20 07:00|수정 2017.09.19 18:13
    피플펀드, NH투자증권과 첫 DLS 발행
    부동산PF 시장에서도 '큰손'으로 부상
    시장 커지면서 업체들 난립..."투자자 각별한 주의 필요"
    • 기관투자자까지 P2P(개인 간 대출) 시장에 참여하면서 판 자체가 커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서 기존 여신업체의 틈새를 파고들며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검증되지 않은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연체율과 부실률이 올라가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단 지적이다.

      지난 5월 말 P2P업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갖춰지면서 기관 자금까지 P2P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P2P업체인 8퍼센트를 비롯해, 테라펀딩, 피플펀드 등의 P2P 업체는 아예 주요 타깃을 개인에서 기관으로 옮기는 모양새다.

      8퍼센트는 교원그룹을 법인투자자로 유치했으며, 피플펀드는 전북은행과 손잡고 기관투자자들이 투자가 용이하도록 투자금 관리 시스템을 통해 전북은행이 모든 자금을 관리토록 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NH투자증권과 함께 한 외식업체의 매출채권을 기초자산(담보)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을 발행했다. P2P 업체가 증권사와 손잡고 P2P 대출상품을 판매하는 첫 사례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개인들 간의 자금 중개를 해주는 ‘대부업체’란 이미지를 탈피해 금융사로서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P2P사업에 참여하는 인력 자체도 해외 IB, 부실채권(NPL) 전문투자회사, 국내 증권사 부동산 담당 등으로 전문화되고 있다.

      한 P2P업체 관계자는 “과거 개인간 개인의 거래에서 기관투자자까지 참여하면서 점점 금융사의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미 해외에선 P2P시장의 주요고객으로 기관투자자가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글로벌 P2P업체인 렌딩클럽은 2011년부터 기관자금이 들어오면서 매년 20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일부 운용사를 중심으로 이들 업체가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를 출시하고 있다.

      불어난 자금을 바탕으로 P2P업체들이 가장 집중하는 투자처 중 하나가 부동산 PF시장이다. P2P업체들이 취급하는 부동산대출 규모는 지난해 11월 2300억원에 불과했지만, 채 일 년도 되지 않아 6700억원(지난 7월 기준) 수준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기존 여신기관이 경쟁 우위를 갖지 못하는 100억원 미만 소형 빌라, 오피스텔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시장 확대에 나선 결과다.

      투자 방식도 다양해져 법원배당금, 시행사의 수익권 증서 유동화(ABL), 브릿지론, 공사대금 유동화 등 담보채권을 활용한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P2P업체가 금융사로 거듭나기 위해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한국 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발표한 회원사 평균 연체율 1.03%, 부실률이 0.94%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P2P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연체율과 부실률이 올라갔다는 설명이다.

      일부에선 30%의 수익률을 제시하는 초고금리 부동산PF 상품도 나오고 있어 투자 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판단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특히 협회에도 가입하지 않은 비회원사들의 연체율과 부실률이 높고, 일부 업체는 연체율과 부실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P2P협회 관계자는 “일정 요건을 갖추지 않은 비회원사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연체율과 부실률을 끌어올리고 있다”라며 “협회 차원에서 사단법인 준비와 내부 규제 등 자정노력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