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보더 M&A 느는데…한국-외국 로펌 합작은 난망
입력 2017.09.28 07:00|수정 2017.09.27 19:06
    크로스보더 거래 늘면서 글로벌 로펌 자문사례도 늘어
    법률개방 3단계 돌입하며 합작 사례 기대됐으나 전무
    외국 로펌 의결권 제한…국내 영업·인력 영입 규제도 부담
    • 국경간 M&A(크로스보더) 거래가 갈수록 늘며 우리나라와 외국 법무법인이 함께 자문을 수행하는 사례도 증가 추세지만 합작사 설립은 요원하다. 3단계 법률시장 개방에도 의결권 제한이나 국내 운영 기간 등 외국계 법무법인이 수용하기 어려운 규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1조원대 LS오토모티브 사업부 거래에선 미국계 대형 로펌인 심슨 대처 앤 바틀렛(Simpson Thacher Bartlett)이 김앤장법률사무소와 함께 KKR의 인수 자문을 대리했다. 더블유게임즈의 DDI 인수 자문은 김앤장과 미국 대형 로펌 모건 루이스(Morgan Lewis)가 맡았다.

      이 외에도 롭스 앤 그레이(Ropes & Gray LLP), 베이커 앤 맥켄지(Baker & Mckenzie), 왁텔 립튼 로젠 앤 카츠(Wachtell, Lipton, Rosen & Katz) 등 쟁쟁한 미국계와 중국 로펌 킹 앤 우드(King & Wood Mallesons) 등도 주요 거래에서 이름을 올렸다.

    • 크로스보더 거래의 중요성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국내 산업 성장성 둔화를 타개하기 위해 해외를 바라보고, 해외 기업과 사모펀드(PEF)들은 국내 몇 남지 않은 성장 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국내 로펌들도 해외 사무소를 내거나 외국변호사를 영입하는 등 크로스보더 자문 역량 키우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혹은 대형 외국 로펌과 한 편에서 자문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 로펌과 해외 대형 로펌이 합작사를 설립하는 형태로 손을 잡는 사례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합작 시 해외 로펌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면서도, 맞상대 하기 껄끄러운 상대편 글로벌 로펌과의 협상을 맡기는 등 장점이 기대되지만 규제가 까다로워서다. 자연스레 글로벌 대형 거래에서 국내 로펌의 이름이 빠지거나 제한된 역할만 담당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초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 통과로 '명문상' 국내 로펌과 외국 로펌간 합작사 설립이 가능해졌다. 한·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3단계 법률시장 개방 이행 조치다. 합작 로펌은 국내 변호사와 외국법 자문사를 고용해 국내외 법률사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법자문사법에 따르면 외국 합작참여자는 합작 로펌 지분 49%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복수의 외국 참여자가 있더라도 합산 지분이 이를 넘어서는 안 된다. 외국계 로펌들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막혀있는 셈이다. 향후 관계를 정리하고 싶더라도 모든 합작 참여자의 동의가 없으면 지분을 양도할 수 없다.

      의결권 제한 규정은 국내 로펌이 외국 로펌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형 로펌의 기득권만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엔 위 규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사례도 있었다.

      외국법자문사법은 합작에 참여하는 국내외 로펌 모두 국내서 3년 이상 운영되고, 5년 이상 경력을 갖춘 변호사를 5명 이상 보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역시 현실적으로 충족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내 대형 로펌 관계자는 “외국 로펌이 국내서 합작사를 설립하기 위해선 국내 사무를 하지 않은 상태로 3년을 운영해야 하는데 이 기간을 채우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가 특별한 자문 수임도 어려운 곳에서 3년을 근무하려 할 리 만무하고, 중소형 출신 로펌 변호사는 외국계 로펌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아 인력을 채용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