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인 사라질라…ADT캡스에 사활 건 CVC캐피탈
입력 2017.10.24 07:00|수정 2017.10.25 11:13
    임석정 회장 취임 2년 넘도록 빈손
    한국 법인 철수 및 수뇌부 교체 거론
    회사 사정 밝은 ADT캡스서 반전 노려
    일찍 준비 나섰으나 거래 규모는 부담
    • CVC캐피탈파트너스 한국 법인의 앞날이 ADT캡스 인수 여부에 따라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선 한국 시장 철수나 임석정 회장 등 수뇌부 교체 가능성까지 오르내리고 있어 분위기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칼라일그룹은 조만간 잠재 인수후보들에 투자설명서를 발송하며 ADT캡스 매각을 본격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SK나 롯데 등 대기업, CVC캐피탈, KKR, TPG 등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이 각축을 벌일 후보군으로 꼽힌다.

      CVC캐피탈은 2015년 임석정 한국법인 회장이 취임한 후 한국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꾸준히 밝혀 왔다. 4조원에 달하는 든든한 자금줄(Asia Pacific IV, 34억9500만달러)도 있으나 한국 성적은 신통치 않다.

      로젠택배나 한화S&C 거래에서 미끄러지며 투자의 포문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KFC를 매각한 정도가 성과로 꼽히나 2014년 투자 건이고 금액도 만족스럽지 않다. 한국 시장 확대를 노리며 뛰어든 KKR, TPG, 베인캐피탈 등 경쟁사들이 척척 성과를 내는 모습과도 비교되는 상황이다.

      CVC캐피탈 아시아태평양지역 이사회에도 참여하며 영향력을 과시하던 임석정 회장의 입지는 한국 실적 부진으로 상당 부분 좁아졌다는 평가다. M&A 업계 관계자는 “CVC캐피탈이 한국 시장 투자를 위해 책정한 자금을 소진하지 못하면 한국 법인을 철수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임석정 회장도 교체 대상에 올라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CVC캐피탈은 임석정 회장 취임 후 2년을 성과 없이 보내며 존재 의미가 옅어졌다. 여유가 많지 않아 작은 거래를 차근차근 성사시키기 보다는 대형 M&A를 통해 한 번에 분위기 반전을 노려야 하는 처지다.

      대형 M&A 중 가장 가까이 와 있는 것이 ADT캡스다. 벌써부터 예상 거래 금액이 3조원대로 거론되고 있다. 정명훈 CVC캐피탈 한국 법인 대표가 칼라일그룹 재직 시절 ADT캡스 인수를 주도한 경험이 있어 회사 사정에 밝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정명훈 대표는 이미 지난 여름부터 국내 주요 금융사들을 돌며 ADT캡스 인수전에서 금융 주선을 맡아줄 것을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자문을 맡아줄 회사도 일찌감치 내정해 두는 등 ADT캡스 인수를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만 ADT캡스 M&A가 마음 급한 CVC캐피탈의 바람대로 흘러갈 지는 의문이다.

      ADT캡스 인수전은 PEF간 각축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으나 대기업이 인수하기로 방침을 정하는 순간 써내야 할 금액은 폭등할 수 있다. 상반기 1조5000억원 규모 ADT캡스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은 주관사인 KB국민은행이 3분의 1가량을 떠안지 않았다면 성사되기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일부 금융사는 이보다 더 높은 수준에 M&A가 진행된다면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란 입장이다.

      한 대형 PEF 운용사 관계자는 “임석정 회장 입장에선 ADT캡스 인수로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싶겠지만 수조원대 투자는 CVC캐피탈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입지가 좁아진 임 회장이 내부 투자 심사를 통과시킬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