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발굴하고·혁신하고·꿈꾸고?"…중간지주사 작명 고심하는 SK그룹
입력 2017.10.25 07:00|수정 2017.10.26 18:42
    미래 비전 담기 치열한 작명 경쟁
    과거 'SK이노베이션' 이름 두고도 끝장토론 펼쳐져
    "추상적이어서 영위 사업 파악 어려워" 피로감도
    • '미래(Tomorrow)·발굴(Discovery)·혁신(Innovation)·꿈(Dream)…'

      SK그룹 계열사들이 때아닌 '단어 수집'에 분주한 모습이다. SK케미칼, SK텔레콤 등 중간 지주사 형태의 지배구조 전환을 검토하는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꽂히는' 회사 이름 찾기에 여념이 없다. 비슷한 시기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한 롯데그룹이 지주사명을 단순한 '롯데지주'로 택한 점과도 대조된다.

      최태원 회장이 '딥 체인지'를 경영 철학으로 내세워 사업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주문하면서 각 사도 명칭에서부터 비전(Vision)을 담으려 골몰하고 있다. 다만 투자자들 사이에선 본업과 지나치게 동떨어진 '추상적' 사명에 대한 비판도 함께 나오고 있다.

      SK케미칼은 올 초 사내에 브랜드 변경 전담 조직(TF)을 꾸렸다. 이후 올 6월 중간 지주사 전환 발표 이후 새로운 투자부문 지주사 이름을 물색해 'SK디스커버리(가칭)'로 임시 결정했다. 중간지주 전환으로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SK디스커버리→SK케미칼(사업회사) 및 기타 계열사로 사실상 독립 경영 체제가 마무리됐다. 업계에선 소그룹이 꾸리는 제약·화학소재·가스 등 본업을 넘어 신사업을 발굴해내겠다는 의지를 사명에서 밝힌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정호 사장이 직접 “지배구조 개편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SK텔레콤은 새로 설립될 투자부문 중간 지주사 명칭을 가칭 'SK투모로우'(Tomorrow)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룹 내에선 이외에도 비(非)통신부문 사업 회사 이름도 함께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호 사장은 사석에서도 수차례 '텔레콤'이란 명칭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이 그룹의 4차 산업 밑그림을 총괄하고 이끌어가는 상황에서 여전히 사명으로 인해 규제 산업인 '통신업'에 매몰된 조직으로 평가받는 점에 대한 불만이다.

      향후에도 독립 경영·중간 지주사 설립 등 SK그룹 내 지배구조 변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사명을 둘러싼 안팎의 논란도 계속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올해 초 최태원 회장이 "느슨한 연대 형태의 지배구조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내년 이후에도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최신원 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는 'SK네트웍스'의 계열 분리 가능성은 여전히 시장에서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이외에도 SK실트론·SK머티리얼즈 등이 포함된 반도체 소재관련 중간지주 설립 가능성도 거론된다.

      '추상 명사'에 그친 이름 짓기를 두고 그룹 내외에서의 평가는 갈리고 있다. 직접 사업을 담당하지 않는 투자 부문 지주사 명칭임을 고려하더라도 본업과 너무 동떨어지다 보니 마케팅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국내 사정에 밝지 않은 외국인 투자자들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그룹 관계자는 “좋은 추상명사는 다 가져다 쓰다 보니 그룹 내에선 이러다 'SK드림'까지 나오는 것 아니냐는 피로감 섞인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논쟁은 지난 2011년 SK이노베이션의 사명 결정 당시에도 불거졌다. 'SK에너지'와 'SK이노베이션' 명칭을 두고 막바지까지 경쟁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이미 소비자 및 시장에 친숙한 명칭을 유지해야 된다는 의견과 굴뚝사업인 정유업 꼬리표를 떼고 화학·배터리 등 비정유 사업을 포괄하는 명칭으로 정해야한다는 의견이 팽팽했다. 결국 중간지주사로서의 '인큐베이팅' 역할을 강조해야 한다는 의견에 최 회장이 힘을 실으며 SK이노베이션으로 최종 결정됐다.

      SK케미칼이 ‘SK디스커버리’의 명칭을 두고 아직까지도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SK케미칼 측은 오는 27일 최종 사명을 결정해 적용할 예정이다. 사명 변경을 두고 업계에서는 'SK' 명칭을 포기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왔지만, SK케미칼 측은 부인했다.

      그룹 관계자는 "주주총회시에 임시로라도 회사명을 제출해야 하다보니 검토한 후보 중 하나인 ‘SK디스커버리’로 냈지만, 아직 확정하지 않고 여러 후보들 두고 검토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