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계열사 기업공개 계획, 시장은 '시큰둥'
입력 2017.10.27 07:00|수정 2017.10.30 09:39
    "3~4년전에 추진했더라면 뜨거웠겠지만..."

    상장 유력한 호텔롯데·시네마 등
    성장 모멘텀 꺾였거나 한물간 업종
    밸류에이션에 대한 눈높이 낮춰야
    • "글쎄요. 3~4년전에 추진했다면 말 그대로 뜨거웠겠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네요." (한 대형증권사 기업공개 담당 임원)

      공식 출범한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우량 계열사 기업공개(IPO)를 과업 중 하나로 제시했지만, 정작 주식시장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상장 가능성이 언급되는 롯데 계열사 대부분의 성장 모멘텀이 이미 꺾였거나, 업종 자체가 한물 간 것으로 취급되고 있는 까닭이다.

      롯데는 지난해 철회한 호텔롯데의 상장을 중장기적으로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오래 전부터 상장을 준비해온 시스템통합(SI) 계열사 롯데정보통신과 롯데쇼핑에서 분할한 롯데시네마,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롯데리아 등이 유력 상장 후보로 꼽힌다.

      롯데 그룹 계열사 상장 가능성은 지난 2011년을 전후해 부각하기 시작했다. 지분을 통한 자금 조달(equity financing)을 극도로 회피하던 롯데그룹이 대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등 자본시장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당시 국내외 증권사들은 롯데 계열사의 성장 잠재력과 상장 흥행 가능성을 높게 보고 롯데그룹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롯데는 움직이지 않았다. 최고경영진에서 계열사 추가 상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는 사이 상장의 호기(好期)는 지나버렸다는 평가다. 호텔롯데만 해도 그렇다. 호텔롯데는 최근 5년새 중국 관광객의 증가와 이에 따른 면세사업의 호조에 힘입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2012년 3조4000억여원이었던 매출액(별도 기준)은 지난해 6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이 동안 2조8000억원이었던 면세사업부 매출 규모는 5조4550억원으로 성장했다.

      한중 관계가 경색되며 호텔롯데의 성장세도 꺾였다. 올 상반기 호텔롯데 매출액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면세사업부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2000억원 가까이 줄어든 영향이었다.

      호텔롯데는 인수합병(M&A)과 해외진출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다만 매출과 이익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면세점 사업이 더 이상 '안정적인 고수익 사업'이 아니란 게 노출된 이상, 이전같은 높은 평가를 받긴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많다.

      롯데쇼핑에서 분할한 롯데시네마는 해외 성장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영화 관람객수는 이미 3년 전부터 2100만여명 안팎으로 포화 상태다. 롯데시네마의 시장 점유율도 30%로 큰 변화가 없다.

      올 상반기 롯데시네마 극장 매출은 783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4% 성장했다. 캐시카우(cash-cow)로는 의미있는 수치지만, 성장성 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는 평가다.

      롯데정보통신 역시 성장성이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은 3%대에 그치고, 2015년 반짝하며 100억원을 넘었던 순이익 규모는 지난해 다시 역성장했다. 2013년 대기업계열 SI업체의 공공기관 입찰 참여가 원천 금지되며 롯데정보통신도 연간 3조원 규모의 공공기관 시장을 잃었다. SI는 보안과 직결돼 타 대기업 일감은 따내기 어렵다.

      무엇보다 때를 놓쳤다는 평가다. 옛 SK C&C, 삼성SDS가 앞서 잇따라 상장하며 대기업 SI업체 상장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던 시기를 노렸어야 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SI업체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줄며 동종업계 밸류에이션도 큰 폭으로 하락한 상태다.

      한때 성장 기대주로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코리아세븐 역시 '3년만 빨리 상장했어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국내 편의점 전체 점포 수는 3만5000여곳에 달한다. 인구 1450명당 하나 꼴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많다.

      도시락 등 간편식품이 주목받으며 끌어올렸던 성장성도 둔화됐다. 지난 8월 기준 편의점 업계 매출 성장률은 9.1%를 기록, 한자릿 수로 떨어졌다. 점포 당 매출액은 아예 감소 추세다. 이 와중에 후발주자인 신세계의 이마트24가 2년만에 점포 수를 2배로 끌어올리며 코리아세븐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롯데리아(현 롯데 지알에스)는 최근 4년간 말 그대로 매출 성장이 사실상 '제로' 상태다. 1조1000억원 수준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고 있지 못하고 있다. 경쟁이 심화되며 2015년부턴 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그간 쌓아둔 이익잉여금이 3000억원에 불과해 배당주로서의 매력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규모와 주목도 면에서 롯데그룹 계열사 상장이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이전보다 매력이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며 "롯데가 밝힌대로 투자자와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상장을 하려면 밸류에이션에 대한 눈높이를 많이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긍정적인 부분은 롯데가 이전처럼 높은 공모가와 지분 희석 최소화를 고집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롯데지주는 창립기념식에서 '지난 2006년 롯데쇼핑 상장 당시 공모가가 너무 높게 책정돼 주주들을 어렵게 한 것을 반성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롯데쇼핑 상장 당시 공모가는 40만원이었지만, 현 주가는 25만원선이다. 롯데쇼핑 주가는 2013년 12월 이후 단 한 차례도 공모가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