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SK E&S에 TRS로 베팅...2022년 바이백
입력 2017.11.01 09:44|수정 2017.11.03 09:40
    초대형 IB 출범 앞두고 SK그룹 고민 해결사 형태
    앞서 SK와 도시바 공동인수 제안하기도
    • 미래에셋대우가 SK E&S의 구원 투수로 나섰다. SK E&S의 업종과 재무 부담을 감안하면 재무적 투자자(FI)가 선뜻 투자에 나서기 어렵지만, 미래에셋대우는 SK E&S 주식에 시장 가격 대비 과감한 베팅을 단행했다.

      업계에선 당장 직접적인 수혜보다도 초대형 투자은행(IB) 출범을 앞두고 SK그룹과의 '트랙 레코드'를 만들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SK E&S는 31일 6778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배정 대상은 미래에셋대우가 세운 SPC로, 이번 증자 참여로 SK E&S의 지분 10%를 보유하게 된다. 특이한 점은 토탈리턴스와프, 즉 TRS(Total Return Swap) 형태의 자금조달을 선택한 점이다. 증권업계에선 SK가 2022년에 SK E&S 지분을 되사오는 조건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SK E&S는 새정부 출범 이후 LNG발전에 대한 기대감에 에너지 정책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작년까지 실적 부진을 겪었다.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이 지적한 과중한 차입부담도 있었다. 회사채 발행 상황도 예전보다 녹록지 못했고, 국내외 PEF 등 FI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으려면 회수 조건 등으로 지리한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미래에셋은 이런 상황에서 해결사로 등장했다. SK그룹을 담당하는 한 증권사 연구원은 "SK E&S가 워낙 차입금 규모가 커 신용도에 민감하다"며 "미래에셋대우가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면서 앞으로 신용도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선 미래에셋대우에서 평가한 지분 100% 기준 ‘6.7조’에 달하는 SK E&S의 가치를 두고 여러 언급들이 나오기도 했다. 역시 지금까지 실적부진과 차입금부담 등을 이유로 "장부가(2.6조원)를 소폭 상회하는 3조~4조원 수준이 적정 가치"라는 평가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 이번 거래로 SK는 현금 지출 없이 계열사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됐고, 미래에셋은 TRS로 회수처를 마련했다. 특히 미래에셋 입장에선 초대형 IB 출범을 앞두고 대기업과 증권사간 '짝짓기'가 치열해진 상황에서 존재감을 보였다는 평가다.

      연초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실트론 잔여지분 인수에는 다른 초대형 IB 후보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세 곳 모두 앞다퉈 참여했다. 지난 5월에는 SK해운 분할 과정에서 삼성증권이 TRS로 투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대형 증권사 입장에선 향후 '딥 체인지'를 앞세운 SK그룹이 대규모 M&A 등 투자 활동에 따른 자금을 필요로 할 때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실제 미래에셋그룹은 올 2월 SK그룹이 도시바반도체 인수라는 '랜드마크 딜'에 참여할 때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만반의 준비를 하기도 했다. 이후 베인캐피탈이 주도하는 딜이 되면서 FI로서의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이를 기회로 SK에 눈도장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증권사 SK그룹 담당 관계자는 "단순히 거래로만 보면 SK㈜의 지분율이 희석된다 해도 소폭 수준인데다 재무안정성을 크게 끌어 올렸기 때문에 SK에 유리한 조건"이라며 "미래에셋 입장에선 향후 SK그룹과 관계를 맺고 SK에서 파생될 딜에 참여하는 '부외 수입'을 생각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