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지주사 전환·잔여지분 매각 빨간불…"차기 선임 서두를 것"
입력 2017.11.03 07:00|수정 2017.11.03 09:26
    "조직을 빨리 추스를 수 있는 행장 뽑아야"
    •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사퇴로 그간 추진해 온 지주사 전환이나 잔여지분 매각 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신속히 차기 행장을 선임해 조직을 추스른다는 계획이다.

      2일 이광구 행장은 전체 임직원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표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신입 행원 채용 논란과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채용 비리 논란이 커지자 이광구 행장이 매우 힘들어 했고 며칠 전 사퇴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이광구 행장은 2014년 12월 취임한 이래 은행의 건전성 관리 및 수익성 개선 성과를 올려왔다. 지난해 우리은행이 과점주주 방식 매각을 통해 민영화된 후 올해 초 2년 임기 연임에도 성공했다.

      그는 아주캐피탈 투자 및 하이투자증권 인수 검토 등 사전 작업을 주도하는 열의를 보였으나 임기 내 지주사 전환을 완료하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이 금융당국의 우선 관심 사항이 아니었던 데다 행장마저 물러나며 당분간 전환 작업은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광구 행장은 과거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 직접 해외를 돌며 투자자 유치에 공을 들였다. 더 확실한 민영화를 위해선 예금보험공사가 가진 지분(18.96%)을 10% 미만으로 줄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수장 공백이라는 악재 여파를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정보통신기술(IT) 융합, 글로벌 진출이라는 금융업 화두에서도 한 발짝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로봇행원 페퍼(Pepper)를 출근시켜 대면 업무를 맡기고, 국내 금융사 중 처음으로 인도 여신전문금융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모두 이광구 행장이 열의를 가지고 추진한 사업들이다.

      주가 상승으로 신바람을 내던 과점주주들에도 유탄이 튀었다. 2일 우리은행 종가는 전일보다 400원 내린 1만6300원을 기록했다.

      이사회 관계자는 “빠르게 차기 은행장 선출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지만 급작스러워 아직 논의를 시작하진 못했다”며 “아무래도 조직을 빨리 추스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새로운 행장이 선임되면 다시 한번 대규모 임원 인사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광구 행장 연임 후 이뤄진 민영 1기 임원 인사에선 행장 직속 부서의 임원들의 승진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