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한화종합화학 잔여지분 매각, 한화가 우선매수권...그룹간 교감 없었다?
입력 2017.11.08 11:04|수정 2017.11.10 10:24
    삼성물산 한화종합화학 지분 20% 매각 검토 밝혀
    한화케미칼·한화에너지 우선매수권 보유
    한화는 "삼성서 통보받지 못했다" 입장 밝혀
    양 그룹 사전협의 없을 경우 한화 골치아파질 상황
    • 삼성그룹이 지난 2014년 한화그룹과 '빅딜'로 넘겼던 옛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종합화학) 잔여지분 매각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지분 규모는 20.05%로 1조원대 가격이 거론되고 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고용, 매각 타당성을 보고 있다는 언급도 나온다.

      그러나 해당 지분은 빅딜 당시 한화그룹이 나중에 인수할 수 있도록 양사가 문서상 약속했던 물량이다. 일단 한화케미칼이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기업공개(IPO)시 매출우선권 ▲풋ㆍ콜옵션 ▲태그얼롱(Tag Along) ▲드래그얼롱(Drag Along) 조항을 걸었다.

      이에 따라 삼성의 매각 움직임에 대해 한화그룹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관심사가 됐다.

      "두 그룹간에 사전 교감이 있는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반면 한화그룹은 "삼성물산으로부터 (지분매각에 대해) 어떤 사전 통보도 받은바 없다"는 입장이다.

      8일 삼성물산은 한화종합화학(옛 삼성종합화학) 지분 20.05%의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매각여부에 대한 사실 확인요청에 최초 회사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가 공시를 통해 "미확정이지만 검토 중"으로 바꿨다. 함께 잔여지분을 보유한 삼성SDI도 보유지분(4.05%)을 함께 매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빅딜 협상 당시. 삼성그룹은 사실상 100% 가까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전부 한화에 넘기려 했다. 하지만 한화측의 자금부담을 감안, 당장 매각하는 지분 물량을 줄이고, 매각대금 지급 시기도 넉넉하게 마련해줬다. 일종의 '신사협정'이었다.

      이후 몇차례 물량 조정을 거치며 두 그룹은 ▲삼성종합화학 IPO시 삼성물산과 삼성 SDI가 보유한 잔여지분을 먼저 시장에 팔 수 있게 해준다 ▲거래종결일부터 6년내 IPO가 안되면 삼성물산-삼성SDI가 잔여지분을 한화케미칼에 지분을 팔수 있다 (혹은 한화케미칼 등이 살 수도 있다) ▲삼성물산과 삼성SDI가 잔여지분을 팔 경우, 한화케미칼이 먼저 살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다 ▲혹시라도 한화그룹이 지분을 매각할 경우 삼성물산과 삼성SDI도 지분을 같이 매각할 수 있다의 조항을 확약했다.

      이 내역은 거래가 종결된 2015년 4월30일 공시되기도 했다. 결국 당장은 한화가 지분을 다 인수하지 못하고 삼성에 남겨두지만 수년뒤에는 자연히 한화가 가져가거나, 아니면 일반 투자자에게 잘게 쪼개서 파는 형태가 되도록 구조를 마련한 셈이다.

      이유도 명확하다. 한화 입장에서는 삼성이 보유한 잔여지분 약 25%가 특정주주, 일례로 대형 사모펀드(PEF)에 넘어갈 경우  상당히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기 때문. 이사회 참여 등을 비롯, 각종 경영참여가 가능한 지분이다. 따라서  한화그룹과 공감이 없는 주주라면 한화의 지배력에 상당한 타격을 줄수 있어서다.

      이런 와중에 삼성그룹이 해당 지분 매각에 대한 검토를 공시한 상황이다. 게다가 양사의 M&A과정에서 합의한 트리거(Trigger)가 발동하기까진 아직 수년이 남아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활동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데 관심이 모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한화종합화학) 잔여지분 매각을 추진할 개연성은 있지만 부회장이 경영활동을 할 수 없을뿐더러 대규모 인사를 앞둔 시점에서 정상적으로 거래에 나서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과거 빅딜 당시엔 우호적인 관계였지만 이번 지분매각서도 충분히 그러한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상식적으로는 두 그룹간 사전 협의와 교감이 이번 거래의 전제조건이다. 반면 한화그룹은 "지분매각과 관련해서 사전에 전혀 통보 받은 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만에 하나라도 이번 매각이 공개경쟁입찰 형태로 진행될 경우. 대기업과 거래확대 및 드라이파우더 소진을 노리는 대형 사모펀드(PEF)의 참여로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한화로서는 불필요하게 자금소요 부담만 늘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이를 방치할 경우, 자사 의도와 무관하게 엉뚱한 재무적 투자자(FI)를 맞이해야 할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