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3대 못 간다"…갈수록 어려워지는 中企 가업승계
입력 2017.11.10 07:00|수정 2017.11.13 10:52
    대기업과 달리 승계 구도 마련 제약 많아
    현금은 적고 지분 집중도 높아 세부담 커
    매각 택하는 사례 늘며 M&A 시장 화두로
    • 중소·중견기업들은 창업주에서 세대를 거듭해 내려갈수록 후세에 가업을 넘겨준다는 개념은 옅어지고 승계 과정에서 가치손실도 크게 일어난다. 규제 부담도 커지고 있어 한 가족이 기업을 이어가야 할 필요성도 줄어들고 있다.

      대기업집단은 3대 혹은 4대까지 경영권을 이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작은 기업에 일감을 몰아줘 가치를 키우거나, 후계에 유리한 방식으로 계열사를 붙였다 떼기도 한다. 큰 기업일수록 법률, 회계, 세무 등 각 분야의 전문가집단이 달라 붙어 수년간 승계 방식 마련에 공을 들인다.

      반면 창업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작은 기업들은 그런 노력을 기울일 여유가 많지 않다. 별다른 승계 방도를 강구하지 못하는 사이 세대 교체 시기를 맞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세금 부담에도 고스란히 노출된다.

      창업주가 예기지 못한 상황에서 사망하게 된다면 자녀가 그 지분을 상속받게 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상 상속세 세율은 과세표준이 30억원을 넘을 경우 ‘10억4000만원 + 30억원 초과 금액의 절반’이다. 웬만한 기업의 승계 거래라면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셈이다.

      상장주식은 주가 흐름, 비상장 주식은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에 기반한 평가가 이뤄지는데 자녀가 막대한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세금을 납부하긴 어렵다. 중소기업은 오너에 지분이 집중돼 있는 경우가 많다.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었다면 세액에 30%(중소기업은 15%)가 가산된다. 상장 주식은 물납도 금지되기 때문에 직접 팔아서 세금을 낼 수밖에 없다. 2014년 농우바이오 M&A가 대표적이다.

      창업주 생전에 주식을 조금씩 2세에 넘기는 방식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증여 역시 상속세율을 준용하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상증세법은 세대를 건너뛴 상속 시 상속세산출액에 30%(상속재산 가액 20억원 초과시 40%)를 더한다고 규정한다. 창업주인 할아버지로부터 손자가 바로 상속을 하는 경우 30% 가산된 세금을 내고 한 차례 승계 절차와 세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영향력이 크지 않은 손자가 낮은 지분율로 회사를 경영하는 실익이 클지는 의문이다.

      가업승계 거래에 참여했던 M&A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후계자의 지분율이 높은 기업을 지배구조 윗단으로 끌어올리거나 계열사를 통해 지원하는 등 여러 승계 구조를 고민해볼 수 있지만 중소·중견 기업은 그 회사 하나가 전부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활용할 카드가 많지 않다”며 “웬만한 대기업 아니고선 ‘부자 3대 못 간다’는 말이 딱 들어 맞는다”고 말했다.

      가업승계를 지원하는 제도가 없지는 않다. 상증세법은 가업상속 시 상속재산 가액에 해당하는 금액(200억원 한도, 15년 이상 경영 시 300억원, 20년 이상 경영 시 500억원)을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5년엔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이 확대되고 요건이 완화된 적도 있다.

      그럼에도 해당 업종, 자산규모를 비롯해 피상속자의 지분 보유, 상속인의 가업 종사 조건 등이 까다로워 가업상속 공제를 받을 기업은 많지 않다. 그나마 내년부터는 가업 영위기간 조건(15년 → 20년, 20년 → 30년)도 더 엄격해진다.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재분배 및 과세형평 강화’ 일환이다.

      정부는 상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도 점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현재는 신고 시 산출세액의 7%를 공제해주고 있으나, 내년엔 공제율이 5%로 낮아진다. 2019년 이후 공제율은 3%다.

      의지가 있더라도 가업을 승계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미리 회사를 처분해 현금을 쥐려는 사례는 늘고 있다. 대주주가 주식 매각 대금을 받으면 양도소득세(세율 20%)를 내고, 나중에 이 금액을 물려줄 때 또 절반가량을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당장의 활용도는 높기 때문이다.

      M&A와 사모펀드(PEF) 업계에서도 승계가 화두로 떠올랐다. 앞으로 자문 및 투자 기회가 늘 것으로 보고 시장 상황을 살피는 데 분주하다. 알짜 중소·중견 기업이 많은 지방의 회계법인과 연을 대고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운용사도 많아졌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