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건만 잡아도 1년이 따뜻"…PEF 전담 변호사가 부러운 로펌업계
입력 2017.11.22 07:00|수정 2017.11.23 07:34
    PEF 법률자문, 두둑한 자문료로 로펌 각광
    국내 투자 늘리는 글로벌 PEF…소수 전담 인력 관심↑
    김앤장 압도 가운데 줄 잇기 이어져
    부대 업무 스트레스 호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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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펌업계에서 사모펀드(PEF) 전담 변호사들이 부러운 시선을 한껏 받고 있다. 밖에선 KKR·베인캐피탈·TPG 등 글로벌 '큰 손'들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 진출을 시작했고, 안에선 중·대형 국내 PEF들이 승계로 골치가 아픈 중견·중소 기업들의 고민 해결사를 자처하며 분주한 모습이다. 로펌 내에서도 국내 대기업 등 전략적투자자(SI) 거래 자문이 상대적으로 뜸한 와중에 PEF와 네트워크를 쌓아둔 소수의 변호사들은 숨 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3분기 M&A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5000억원 이상 거래 16건 중 PEF가 인수자 측에 참여한 거래는 12건에 달했다. 3000억원 이상으로 규모를 넓혀도 60% 이상을 PEF가 투자자로 참여했다. 올해 막바지 '빅딜'인 CJ헬스케어·ADT캡스 모두 미소진자금(드라이파우더)을 쌓아둔 글로벌 PEF들 간 각축전이 예고되면서 자문을 맡은 로펌 변호사들도 더욱 바쁜 연말을 보낼 전망이다.

      한 대형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자문 1건에 평균 2억원 씩 번다고 가정했을 때, PEF 거래 5건만 맡아도 한 해 농사는 다 짓는 셈"이라며 "언제 나올지 모르는 대기업 거래를 기다리며 1건에 500만원 남짓한 의견서에 마음 졸이는 것보다 굵직한 PEF만 잘 잡아둬도 겨울이 훨씬 따뜻하다"고 귀띔했다. 여기에 인수 측 자문을 담당하면 곧 있을 회수 자문은 '덤'으로 돌아온다. 거래 가뭄기에도 예측 가능성 측면에선 여유를 가질 수 있다.

    • 전체 로펌 인력 내에도 각 PEF 대표인력과 친분을 쌓은 변호사들은 열 손가락에 꼽힌다는 전언이다. 다른 대형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PEF 자문을 잘하려면 인성·배경·음주량 관계없이 오로지 IQ가 높아야 한다"며 "SI 거래에 비해 진행속도가 정신없게 펼쳐지고 요구도 만만치 않아 대체로 변호사 개인 성향을 많이 탄다"고 귀띔한다.

      로펌별로는 국내 선두인 김앤장법률사무소(이하 김앤장)의 영향력이 단연 압도적이란 평가다. 국내 1위 이름값과 더불어 허영만 김앤장 변호사가 일찌감치 글로벌 및 리즈널 PEF 등 네트워크를 쌓아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김앤장 공백에 대비하거나 김앤장의 대척점에 서야 한다"는 기조가 PEF 거래에선 더욱 짙다는 평가다.

      법무법인 광장은 칼라일·골드만삭스 주도 거래에 주로 모습을 드러낸다. 홍콩계 PEF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법무법인 태평양을 신임한다. 한국대표를 맡고 있는 박영택 회장과 이근병 태평양 변호사 간 신뢰가 여전히 끈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율촌은 최근 TPG와 관계를 쌓고 있다. 최종 인수엔 실패했지만 대성산업가스 인수를 도운 데 이어, 최근엔 히든 챔피언 기업인 '녹수' 투자를 도왔다. 지난 2015년엔 PEF 분야 강화를 위해 글로벌 로펌 '심슨 대처 앤 바틀렛(Simpson Thacher Bartlett)'과 김앤장을 거친 최충인 변호사를 영입했다. 평소 KKR, 골드만삭스와 네트워크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김앤장이 비용 절감 이유로 임금 산정을 시급에서 고정급 체제로 바꾸면서 돈이 안 되는 자문은 잘 안 맡는 분위기인데, 글로벌 PEF 등 주력해야 할 고객들은 회사 차원에서 비용 상관없이 끈끈하게 잡아두고 관리하고 있다"며 "새로 뚫기가 쉽진 않다"고 토로했다.

      국내 대기업 SI 거래는 일단 자문료는 '깎아야 할 돈'으로 가정하는 반해 PEF 거래 자문료는 두둑하다고 알려졌다. 또 굵직한 거래가 발생하면 사내 고문에서부터 로펌이 총동원해 줄을 대야하는 대기업 거래와 달리 PEF 주도 거래는 변호사 단독 플레이 성격이 짙다. 사법시험 기수와 관계없이 독자적인 능력과 네트워크로 평가받는 분위기도 조성돼 있다. 최근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기수에도 일찌감치 PEF에 연을 쌓아 팀장 직책을 맡은 율촌의 A변호사가 대표적인 예다. 로펌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후배들은 캡(보수 한도)이 씌워진 거래들만 맡고, 글로벌 PEF 등 알짜는 몇몇 시니어들이 독점한다"는 푸념도 나오고 있다.

      다만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빠른 속도로 딜(Deal)이 진행되는 데다 대기업 딜보다 지원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글로벌이건 국내건 로펌 사이에선 "PEF 업무는 파트너에겐 천국, 주니어에겐 지옥"이라는 이야기가 회자되는 이유다.

      한 대형 법무법인 PEF 전담 변호사는 "국내에서 경영을 해왔거나 사내에 법무팀 인력을 이미 갖춘 대기업과 달리 글로벌 PEF들은 국내 사정에 어두워 근본적인 질문을 수시로 물어올 때가 많다"라며 “예를 들어 규제 하나를 놓고도 탄생한 역사와 배경에서부터 거래에 끼칠 영향까지 일목요연하게 본사의 투자심의위원회를 통과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단기간에 준비할 것을 요청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거래자문 외 부대업무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M&A 전담 파트너 변호사는 "한 국내 PEF는 국민연금 펀딩 프리젠테이션(PT) 때 로펌 변호사에게 전주에 같이 가자고 통보하기도 했다. "자기가 필요할 때 팀장급 변호사도 맘대로 부를 수 있다는 점을 국민연금에 보이려는 의도"라며 "당사자 입장에선 고객을 잡아야 할 지 다른 PEF들 눈치를 봐야 할지 고민이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른 파트너 변호사는 “최근 한 국내 중형급 PEF도 투자심의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해 딜이 무산되자 자문료 지급을 계속 미루고 있어 로펌 차원에서 대응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PEF 대표와 친해 구두 계약으로 자문을 진행했는데 문제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