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가 ‘상수’된 한화그룹, 승계구도 또 ‘안갯속’
입력 2017.11.23 07:24|수정 2017.11.23 07:24
    김동선 전 팀장, 자숙기간 중 또 음주폭행 사건 연루
    한화건설서 낙마 후 플랜B 준비하던 터라 충격파 커
    대형 로펌도 수모 못 피해…승계 후 경영 악영향 우려
    • 한화그룹의 3세 승계 구상에 또 다시 악재가 드리웠다. 올해 초 음주폭행 사건으로 승계 수업을 받다 그룹을 떠난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은 또 같은 사건에 연루되며 그룹과 스스로의 입지를 좁혔다. 자숙기간, 그것도 그룹이 새로운 승계 방안을 모색하던 중에 벌어진 사건이라 그 충격파는 짧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사건의 상대방이 자본시장의 한 축이라는 점에서 승계 이후의 사업 확장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화그룹은 아직 김승연 회장이 건재하지만, 점차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연초부터 외부 법무법인을 통해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세금 문제를 검토했다. 3세들이 지분 전량을 가진 한화S&C의 IT부문 매각도 승계 관련 거래로 꼽힌다. 이미 수년 전부터 태양광, 화학은 첫째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금융은 둘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건설은 셋째 김동선 전 팀장이 나눠서 맡게 될 것이란 전망이 공공연했다.

      한화그룹은 김동선 전 팀장이 연초 폭행사건으로 한화건설을 떠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다른 두 형제가 맡을 계열사 입지는 공고하지만, 한화건설은 해외 프로젝트 손실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화건설 대신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김동선 전 팀장이 물려받을 핵심 계열사로 키울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한화그룹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키우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최근엔 정식 제안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웅진식품 인수를 검토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다. 호텔이나 리조트 사업과 큰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려운 조합이다. 그러나 그룹으로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물려줄 만한’ 회사로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점을 드러냈다. 다른 M&A 검토도 민구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상무가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이 플랜B를 짜는 동안 폭력 사건이 재차 발생했다. 김동선 전 팀장은 지난 9월 서울 종로구 술집에서 김앤장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과 술자리를 갖다 변호사들에 막말을 하고 폭력을 행사했다. 김 전 팀장은 21일 한화그룹을 통해 피해자들에 사죄하고 용서를 빈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미 여러 차례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된 적이 있었던터라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김 전 팀장은 물론 김동원 상무도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른 적이 있어 한화그룹 3세들에 대한 평가도 점점 박해지는 분위기다. 여러 거래를 추진하는데 몰두해야 할 때 3세들 사건 뒤치다꺼리나 해야 하는 한화그룹 사내 변호사들의 처지가 딱하다는 의견마저 나온다.

      3세들을 보좌하는 가신 그룹의 인적 구성은 나쁘지 않지만 후계자 개개인의 자질이 승계 작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이다. 설령 그룹이 그리는 대로 승계가 이뤄진다 해도 각각 그룹 총수로서의 평판 위험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나눠 물려받은 가업을 키우려 할 때마다 신뢰성 있는 거래 상대방인지 의문부호가 따라 붙을 가능성이 크다. 김동원 상무는 여러 사업을 독단적으로 추진했다가 발을 빼면서 이미 많은 투자자들이 등을 돌렸다는 후문이다.

      이번 사건이 과거의 사례와 결을 달리한다는 점도 염두에 둘 만 하다. 이전 사건들은 그저 개인의 일탈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번 사건의 상대는 앞으로도 관계를 다져가야 할 시장의 한 축이다. 국내 굴지의 자문사 구성원들도 수모를 피하지 못했다. 다른 자문사나 자본시장 구성원들도 한화그룹 오너 일가와 얽히는 것을 꺼리게 될 수 있다.

      증권사 한 임원은 “대형 로펌 변호사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조차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상황이라 승계 이후의 경영 구도가 불안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을 우리나라 재벌 체제의 부작용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비단 한화그룹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도 제왕적 오너와 그 우산 아래서 성장한 후계자들에 힘이 집중되는 구도다. 경영과 소유 분리까지 갈 길이 멀다. 후계자가 많다면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도 크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에 권력이 집중되는 한국의 재벌 체계 아래선 이번 사건과 같은 사례가 끊이질 않을 것”이라며 “외국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끄러운 단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