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이 뜨면 인기 없는 M&A"…불쏘시개 이미지 굳어진 호반건설
입력 2017.11.28 07:00|수정 2017.11.29 09:15
    • "기업 M&A 매각주관을 맡으면 가장 먼저 찾아가는 곳이 호반건설이다. 인수 의지가 없더라도 의향서만이라도 내달라고 부탁한다"

      국내 대형 인수합병(M&A)의 매각주관을 맡아온 한 회계법인 담당자의 말이다.

      호반건설은 수년 전부터 각종 크고 작은 M&A에서 주요 인수후보로 거론됐다. 재무상태는 탄탄했고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호반건설은 '충분히 가능한' 또는 '그럴싸한' 후보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의 주요 M&A에서 중도에 포기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거듭하면서 호반건설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호반건설은 2015년 채권단이 금호산업의 경영권을 매각할 당시 본격적으로 M&A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의 유일한 대항마로 주목 받았다. 호반건설은 최대 1조원까지 거론된 대형 거래에 단독으로 참여하며 자금력을 과시했다. 금호산업의 인수전 참여만으로도 지역건설사의 이미지를 다소 벗으면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금호산업 인수는 결국 실패했지만 M&A 시장에서 존재감을 각인시키기엔 충분했다.

      이후 호반건설은 동부건설·보바스기념병원·울트라건설 등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기업의 주요 인수후보자로 등장한다. 200억원 규모의 울트라건설 인수엔 성공했지만 수천억원 대였던 2건의 거래는 모두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인수여부를 떠나서 호반건설은 M&A과정 내내 주요 후보로 거론됐고 자금력과 시너지효과가 언급되며 효율적인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올해 들어선 SK증권·블루버드컨트리클럽·한국종합기술의 경영권 거래에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이 또한 완주하지 못하거나 낮은 금액을 제시하며 인수에 성공하지 못했다.

      큰 장이 섰을 때 등장하며 이목을 끌고 있지만 정작 완주사례는 드물다 보니 호반건설을 '큰 손'으로 여겼던 투자자들 또한 기대감을 접기 시작했다. 최근엔 대우건설 매각에 참여하며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다. 최근엔 두산엔진 인수전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PEF업계 한 관계자는 "금호산업 M&A에서 호반건설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을 때만해도 확장의지는 있으나 보수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지만 지난 수 차례 M&A에서 보듯이 실사를 통해 내부정보는 확보하고 정작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는 모습들이 반복되면서 호반건설을 진정성 있는 인수후보로 여기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증권사·회계법인 등 M&A 매각주관사단 사이에서도 호반건설은 '인수의지 여부와 큰 상관없이 LOI를 받기 쉬운 기업'이란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 호반건설을 주요 인수후보로 초청하면서도 큰 기대는 걸지 않는다. 호반건설이 인수전에 완주하지 않더라도 매각주관사들은 제줄한 LOI를 통해 인수후보들을 초청하고 후보들 간 경쟁을 붙일 명분도 만들 수 있다.

      이 같은 사례가 잦아지다 보니 최근엔 오히려 '호반건설이 주목 받는 M&A는 사실상 인기 없는 거래'라는 의견도 나온다. "오죽 후보가 없으면 호반건설이 오르내리겠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호반건설의 매출에서 주택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건설경기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에 호반건설이 건설분야에서 사업영역을 다각화하고 금융산업 진출을 노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어떠한 방식이든 사업확장을 위해선 자본시장과의 접점이 반드시 필요하다. 호반건설이 인수의지도 없는 딜(dael)에서 흥행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을 계속 자처할 경우 자본시장에서 신뢰를 잃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