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항(母港) 되찾기 나선 현대상선, PSA와 득실계산 장기화 예고
입력 2017.11.28 07:00|수정 2017.11.30 09:51
    글로벌 항만 확장 PSA가 가장 큰 걸림돌
    PSA와 합의 없이 IMM인베 지분 인수도 난망
    선사 이탈 시 PSA도 타격…공동 경영 가능성도
    • 현대상선이 PSA현대부산신항만 재인수에 나섰지만 결실을 거두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어렵사리 주도권을 쥔 싱가포르항만공사(PSA, The Port of Singapore Authority)가 물려나려 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데다, 재무적투자자(FI) 지분에 대한 우선권도 가지고 있어서다. 다만 PSA가 항만의 주요 고객인 현대상선의 입장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어 결국은 절충점을 찾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PSA현대부산신항만 주주 및 정부 관계부처와 항만 지분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최근 부산신항 4부두(PSA현대부산신항만) 재인수와 관련해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며 상당한 진척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안에 인수를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현대상선이 유일한 국적 선사로서의 위상을 갖기 위해선 모항(母港)이 꼭 필요하다. 항만 이용료 절감 효과도 있어 세계 주요 선사들은 저마다 모항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제1항인 부산, 그 중에서도 과거 모항인 PSA현대부산신항만을 되찾아야 한다는 의지가 강할 수밖에 없다.

    • PSA현대부산신항만은 현대상선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몇 차례 FI 손바뀜이 있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2014년 국민연금 자금이 들어간 뉴오션웨이유한회사가 보유하던 항만 지분 50%-1주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3000억원에 인수했다. 2년 후 구조를 바꿔 재투자 하는 과정에서 PSA가 부상했다. PSA는 현대상선으로부터 항만 지분 40%를 인수하고, IMM인베스트먼트의 핵심 출자자(LP)로도 나섰다.

      현대상선이 항만 경영권을 찾으려면 PSA나 IMM인베스트먼트가 가지고 있는 지분을 가져와야 하지만 협상이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각각 보통주나 우선주로서 권리 순서나 지분 가치도 다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부산은 국제 물동량 6위, 아시아에서는 2위에 해당하는 매력적인 항구”라며 “세계 항만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려는 PSA가 어렵사리 확보한 경영권을 내놓고 싶지는 않을 것이고 현대상선과 한 살림을 하는 것도 꺼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PSA와의 교감이 없다면 현대상선이 IMM인베스트먼트 보유 지분을 사는 것도 쉽지 않다. IMM인베스트먼트로선 PSA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PSA는 주주간계약을 통해 IMM인베스트먼트 보유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도 가진다. 운용사가 매각을 결정하더라도 그 지분의 종착지는 현대상선이 아닐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IMM인베스트먼트 측도 국적 선사의 모항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현대상선 측에서 구체적인 제안이 오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장기 투자 목적이었기 때문에 먼저 나서 적극적인 매각 의지를 보일 필요는 없지만, 투자 자산을 둘러싼 변동성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번 거래엔 현대상선 모회사인 산업은행은 물론, 해양수산부와 기획재정부까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기관들도 많다. 최종 의사결정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산항만공사는 지난해 PSA로부터 항만 지분 10%를 인수하려다 정부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공사는 이번에도 현대상선 항만 재인수에 참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나 그 규모는 ‘상징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자금은 대부분은 현대상선이 부담해야 한다. 산업은행은 ‘돈 걱정은 말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상선이 PSA에 협상력을 발휘할 만한 여지는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PSA와 PSA현대부산신항만을 통해 화물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의무 이용 기간은 5년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PSA가 길게 보고 경영권을 가져가더라도 핵심 선사가 빠지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현대상선은 이를 배경으로 하역료 인하 협상도 병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PSA가 현대상선 항만 확보에 협조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갈등을 겪다 핵심 고객 선사를 잃게 되는 것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합의를 도출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결국 현대상선과 PSA가 공동으로 경영권을 가지는 선에서 절충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