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PEF는 왜 베인컴퍼니를 선호할까
입력 2017.12.06 07:28|수정 2017.12.07 09:45
    맥킨지는 '오너' 맞춤형 스타일...PE 요구사항은 베인이 잘 챙겨
    대형 PEF들 베인 쏠림현상...차이니즈 월 강화 필요성도 제기
    • 연말 ADT캡스, CJ헬스케어 매각이 임박하면서 M&A 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 둘 다 조 단위 거래다보니 드라이파우더(Drypowder)소진을 준비하는 글로벌 사모펀드(PE)들의 참여가 예고돼 있다. 덩달아 컨설팅 업체들도 이들과 손을 잡을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PEF들이 선호하는 곳은 베인앤컴퍼니다. 베인은 2000년대 중반부터 전략적으로 PE 컨설팅 분야를 키웠고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2013년 이후 맥킨지가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아직까진 베인앤컴퍼니가 앞서나간다는 평가가 많다.  여러 이유가 거론되고 있지만 맥킨지와 베인의 '스타일 차이'가 자주 거론된다.

      투자업계에서 이 두 회사에 대한 평가는 맥킨지는 ‘오너의 참모’ 베인앤컴퍼니는 ‘리서치 센터’라 부를 정도로 엇갈린다.

      맥킨지는 대기업 총수들과 금융회사 회장들이 주요 클라이언트였다. 이로 인해 근원적이고 근본적인 질문, 예를 들어 ‘본업 비즈니스는 어떻게 변할까’ 또는 ‘앞으로 5년 뒤 10년 뒤의 핵심 사업은 무엇이냐’ 등에 강하다는 설명이다.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맥킨지의 철학은 그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컨설턴트를 오너 앞에 앉힌다”라며 “오너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당장 내일이라도 비행기 티켓을 끊어서 한국에 올 글로벌 파트너들이 즐비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베인앤컴퍼니는 상대적으로 한국에 더 현지화됐고, 클라이언트 맞춤형이라는 평가다.  맥킨지가 ‘직영체제’라면 베인앤컴퍼니는 ‘프랜차이즈’ 형태. 다른 대형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베인은 맥킨지보다는 아직까지 글로벌 네트워크나 컨설팅 경험이 적다”라며 “그러다 보니 '큰 그림'보다는 업체가 요구 사항을 잘 들어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베인의 성격이 근래들어 국내에서 더욱 활발히 활동 중인 대형 PEF들과 '궁합'이 맞아 떨어졌다. 아무래도 PEF는 해당 업종을 수십년간 운영해 온 대기업보다는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 그러다보니 대기업들이 미래지향적이면서 더 고차원적인 질문을 던질때 PEF는 "당장 어떻게 수익을 낼지", "경쟁사의 상황이 어떤지", "비용 절감에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지" 등과 같은 미시적이고 세부적인 관심을 먼저 챙겨야 한다. 베인이 이에 강하다는 것.

      게다가 글로벌 PEF들은 국내에서 대형 M&A를 주도하더라도 아시아 및 글로벌 투자심의위원회 통과가 필수적이다. 위원회 설득을 위해 예상하지 못한 온갖 미세하고 세부적인 질문에 대비해야 한다. 이 때 아무래도 PEF 운용인력들이 곁에 있는 베인이 이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고 있어 PEF들의  ‘손과 발’이 되어 니즈를 충족시킨다는 평가다.

      한 글로벌PE 파트너는 “어피니티, KKR 등 주요 글로벌 PE의 한국 헤드들 상당수가 맥킨지 출신임에도 불구, 베인앤컴퍼니가 중용되는 배경도 다양한 요구사항을 잘 들어주는 것과 무관치 않다”라며 “거꾸로 맥킨지에 컨설팅을 의뢰하면 그 매물을 샀을 때의 리스크를 늘어 놓는 등 대기업 오너들이나 요구할 질문에 답을 가져온다”라고 말했다.

      다만 PEF들의 수요가 베인앤컴퍼니로 몰려 우려사항도 거론된다. 동일한 거래에 다수의 PEF들이 의뢰를 할 경우, 정보교류차단(차이니즈월)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또 이해상충이 발생하지는 않는지 등이다.

      현재 베인앤컴퍼니의 PE 담당 파트너는 최원표, 원종택, 윤성원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같은 딜을 놓고 서로 다른 PE들과 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때 파트너들은 내부적으로 ‘차이니즈월’을 지키려고는 노력하지만 실무를 담당하는 주니어 급에서 비밀유지가 제대로 안 이뤄지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인앤컴퍼니에 정통한 관계자는 “같은 매물을 놓고 사업분석을 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PE를 담당하는 주니어 컨설턴트들끼리 의견을 교환하다 적발돼 문제가 된 적이 있다”라며 “아무리 내부적으로 철저하게 관리한다고 하더라도 한 회사에서 여러 PE를 맡다 보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클라이언트들이 서로 같은 딜에서 경쟁자인 경우도 적지 않은데 아이디어가 새어나갈 경우 '전략노출'에 처할 수 있다는 것.

      베인은 이런 우려를 과도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베인앤컴퍼니는  “글로벌 원칙에 따라 철저하고 세심하게 차이니즈월을 지키고 있다"며 "중복 자문 등으로 인해서 관련된 문제가 발생한 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M&A시장이 완전히 PEF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이를 노린 회계법인 산하 컨설팅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더욱 치열한 경쟁 환경에 놓일 것이란 관측이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딜 소싱등을 위해 PE들이 회계법인을 찾는 사례도 적지 않다보니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