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선언한 현대산업개발의 세 가지 노림수
입력 2017.12.07 07:00|수정 2017.12.08 09:25
    내년 5월 1일 지주회사 체제 출범 계획
    지분율 낮은 '정몽규 회장 지배력 강화 목적' 평가
    지주회사 종합부동산회사 역할 '부각'
    HDC자산운용 통한 '승계' 준비 전망도
    • 현대산업개발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확정했다.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종합부동산회사로서 사업영역을 다각화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향후 승계구도에 대한 정리 작업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산업개발은 내년 5월1일을 기점으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할 계획이다. 지주회사인 HDC(가칭)는 자회사 관리 및 부동산 임대사업을, HDC현대산업개발(가칭)은 주택·건축·인프라 등 사업포트폴리오 고도화에 주력한다.

      정몽규 회장은 그룹 지배력을 키울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산업개발 지분은 13.6%로 오너가 지분을 모두 포함해도 20%가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 주주는 국민연금(10%)·템플턴자산운용(9.9%)·블랙록(5%)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정 회장은 지난 2010년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템플턴자산운용이 지분율을 20%까지 끌어올리자 2대주주로 밀려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배력 강화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 정 회장은 신설된 사업회사의 지분을 지주회사가 발행하는 신주로 맞교환 할 경우 지주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보유한 자기주식 또한 지배력을 강화하는데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법상 자기주식은 의결권이 제한되지만 인적분할을 통해 설립된 사업회사에 대한 신주를 배정받을 수 있다. 배정받은 신주는 사업회사에 대한 의결권을 갖게 된다. 실제로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자기주식을 사들여 전체 발행주식의 약 7%를 보유하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본격화하고 있는 점도 속도를 내는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국회에는 기업 인적분할 시 자기주식에 신설법인에 대한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지주회사의 자회사의 지분율 규제도 현행보다 더 강화할 전망으로 법안 통과 전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하는 것이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의 지주회사 전환은 정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언젠간 추진 될 사안이었다"며 "국회의 지주회사 규제강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비용절감과 효율화를 위해 빠르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사업적으로도 영역 확장을 꾀할 수 있다. 현재의 주택·플랜트부문의 시공·시행·분양만을 전담하는 사업방식에서 벗어나 개발·임대 및 자산관리 등 부동산 관련 업무 전 과정을 담당하는 '종합부동산회사'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일본의 사례가 있다. 일본의 주요 건설사들은 1990년대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대규모 사업 구조조정을 거쳤다. 이후 임대관리를 겸하는 종합부동산회사 중심으로 재편이 이뤄졌고 이 사업구조는 정착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도 마찬가지로 국내 건설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다양한 수익모델 마련에 고민하고 있다.

      이미 현대산업개발과 대림산업 등 주요 건설사들은 종합부동산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재식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는 올초 신년사를 통해 "임대 및 운영관리·IT·금융 등을 연결해 종합부동산·인프라그룹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종합부동산회사의 '금융허브'는 HDC자산운용(87%)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HDC자산운용은 자산운용 및 프라이빗에쿼티(PE) 업무까지 나서며 업무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리츠(REITs) 자산관리회사(AMC) 설립 본인가를 받고 본격적으로 임대시장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은 승계구도에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포석이란 설명도 있다.

      정 회장은 지난 10월 엠엔큐투자파트너스를 설립하고 보유하고 있는 HDC자산운용 지분을 현대산업개발과 정 회장 자녀들에게 나누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정 회장 자녀들은 현대산업개발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향후 HDC자산운용의 역할이 '부각'되고 이로 인한 지분가치의 상승을 노린다는 것은 결국 승계작업의 일환이란 평가다. 실제로 HDC자산운용은 PE업무를 진행하면서 기업 경영권인수(바이아웃) 또한 검토하며 사세 확장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EF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이 종합부동산회사로 자리를 잡기 위해선 금융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며 "현대산업개발이 든든한 자금줄이 되고 HDC자산운용이 이를 활용해 그룹 내 입지를 키워나간다면 결국 이 또한 승계를 위한 작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