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주의·구조개편 천명…손태승號 우리銀 인사태풍 예고
입력 2017.12.11 07:00|수정 2017.12.09 21:23
    탕평보다는 성과 우선…부문장 교체 불가피
    임원 절반이 손 내정자와 나이 같거나 많아
    이광구 행장 시절 부상한 임원진 유임 관심
    대규모 직원 승진 어려울 듯…구조조정 예고
    • 손태승 우리은행장 내정자가 '탕평'보다는 '성과'에 따른 인사를 천명하며 내부 조직이 술렁이고 있다. 손 내정자의 말과 행동이 일치한다면, 출신별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임원진 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인 까닭이다.

      이광구 행장 시절 부상한 임원진의 거취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손 내정자는 인력구조를 꾸준히 바꿔나가겠다는 뜻도 함께 피력했다.

      우리은행 임원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 별로 동수를 이루고 있다. 올해 이광구 행장이 연임에 성공한 후 단행한 인사에서 한일-상업간 동수로 배분한다는 관례를 따랐기 때문이다. 이 행장은 올해 연말 인사부터는 출신보다는 공정한 인사평가 시스템에 따르기로 했으나, 지난달 사의를 표했다.

      후임 손태승 내정자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임직원 인사를 조속히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용의 리더십을 스스로의 강점으로 꼽으며 “출신 은행별 동수를 주장하지 않고, 능력과 성과에 따라 (인사를)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부분 임원 임기가 이달 만료되는 점을 감안하면 인사 규모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 손태승 내정자는 수석부행장 체제보다는 3부문장 체제가 유리하다고 보고 현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손 내정자가 맡고 있는 글로벌부문, 채용비리에 연루되며 부문장이 직위해제 된 국내부문은 새 수장이 필요하다. 정원재 영업지원부문장은 2013년부터 부행장을 맡아왔다. 은행은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문화가 강한데 부행장급 임원 중 절반가량이 차기 행장보다 나이가 많거나 동년배라는 점도 변수다.

      이광구 행장 임기 중 주력으로 떠오른 임원들이 손태승 내정자와 동행하게 될 것인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임원진 대부분은 2014년 이광구 행장 선임 후 첫 인사에서 임원으로 발탁됐거나, 올해 연임에 성공한 후 부행장으로 영전한 인사들이다. 상무를 거쳐 부행장에 이르는 기간도 대체로 짧았다.

      특히 올해 초 인사는 ‘민영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했다’는 평가와 함께 ‘예견됐던 이광구 행장 가신(家臣) 그룹의 부상’이라는 시선이 있었다. 행장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거나 행장 직속 부서를 이끌던 인사들이 대부분 승진 명단에 포함됐다.

      채용비리 논란 전까지 공고해 보였던 이광구 행장 체제 아래서 임원들은 대외 노출을 꺼리는 모습을 보여 왔다. 반면 손태승 내정자는 적극적인 기업설명회(IR)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여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손태승 내정자는 은행장 선임이 공식 확정되는 22일 임시 주주총회에 앞서 인사 구상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그에 앞서 15일 올해 마지막 이사회에서도 의견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임원 인사와 함께 직원들에 대한 인사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말 민영화 성공에 따른 보상 차원에서 역대 최대 규모 지점장 승진 인사가 단행됐지만, 올해는 악재 속에 새 행장을 맞은 터라 대규모 승진 인사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속적인 인력 조정 및 축소는 예고됐다. 명시적인 구조조정 계획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앞으로도 국내 점포나 인력을 줄여나갈 필요성은 있다는 게 손 내정자의 입장이다. 항아리형 인력 구조가 완화되긴 했으나, 앞으로도 명예퇴직 등을 추진해 피라미드형 인력 구조로 바꿔 나간다는 계획이다.

      3분기 말 기준 우리은행의 평균 근속연수는 16.4년(1인평균 급여액은 7000만원)으로 KB국민은행(16년 2개월, 6200만원), 신한은행(14년 9개월, 6900만원), KEB하나은행(14.2년, 6400만원) 등 다른 시중은행보다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