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大魚) 맞붙은 M&A 시장…ADT캡스만 울었다
입력 2017.12.19 07:00|수정 2017.12.20 09:16
    ADT캡스, 칼라일 높은 눈높이에 원매자 찾기 '난항'
    제약·H&B 사업부 현금흐름·성장성에 '주목'…PE 각축장 예고
    삼성과 관계 맺을 절호의 기회…한화종합화학 지분매각 '관심'
    • 대어(大魚)끼리 맞붙고 있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초대형 매물인 ADT캡스만 웃지 못하고 있다. 높은 몸값에 글로벌 사모펀드(PEF)은 일찌감치 발을 뺐고 유일한 전략적투자자(SI) 여겨지던 SK와 LG그룹 모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진행 중인 주요 M&A 거래는 ▲ADT캡스(칼라일) ▲CJ헬스케어(CJ제일제당) ▲한화종합화학(삼성물산·삼성SDI) ▲투썸플레이스(CJ푸드빌·투자유치) 등이다.

      칼라일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ADT캡스는 당초 10여 곳이 넘는 잠재후보자들이 NDA(비밀유지계약)를 맺고 관심을 보였다. 지난 7일에 예비입찰을 실시했으나 실제로 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거래에 정통한 M&A 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어피니티와 골드만PIA, 맥쿼리 등 주요 PE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CVC캐피탈 한 곳만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는 약 3조원에 달하는 칼라일의 눈높이를 맞춰줄 인수후보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란 평가다. 칼라일은 지난 2014년 글로벌 보안업체 타이코(Tyco)로부터 약 2조650억원(19억3000만달러)에 ADT캡스 경영권을 인수했다. 매각금액은 올해 예상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인 2800억원에 2014년 인수 당시 가치평가배수(EV/EBITDA)인 11배를 적용한 수치다. 이는 보안시장 점유율 업계 1위인 에스원의 시가총액 약 4조원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든 금액이란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ADT캡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지난 2014년(6270억원)과 비교해 소폭 상승한 6930억원을 기록했고,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에스원의 절반인 3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주요 PEF를 비롯해 당초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주요 SI도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NSOK를 통해 보안시장에 진출해 있는 SK텔레콤은 공격적인 마케팅은 물론이고 ADT캡스 인력을 흡수하려는 등 자체사업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보안업체가 없는 LG유플러스의 경우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력인수후보로 거론돼 왔으나 높은 인수금액에 부담을 느끼고 일찌감치 발을 뺐다는 후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참여하지 않는 이상 더 이상의 국내 SI들의 참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PEF가 인수할 것으로 이미 예상은 돼 왔지만 생각보다 많이 나서지 않으면서 흥행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ADT캡스와 같은 시기에 매각을 진행 중인 기업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CJ제일제당이 속전속결로 매각을 진행 중인 CJ헬스케어는 글로벌PEF의 각축장이 예고되고 있다. 후보자들은 KKR·CVC캐피탈·베인캐피탈·MBK파트너스 등 대형 PEF들이다. 최근에는 한국콜마가 도이치증권을 자문사로 선정하고 CJ헬스케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열기가 더해지고 있다.

      지난해 CJ헬스케어의 매출액은 5200억원, 영업이익은 68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000억원 내외다. 매각금액은 약 1조5000억원까지 예상되지만 경쟁이 치열해져 딜피버(deal fever)가 발생하면 매각금액이 최대 2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미 CJ그룹은 CJ헬스케어의 제약사업과 컨디션 등 음료판매를 전담하는 H&B사업부의 공동매각을 추진하면서 매각가치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두 사업부 모두 각 피어그룹(Peer group)의 EBITDA 기준 멀티플이 높은 편에 속한다. 이 때문에 CJ헬스케어의 기업가치가 고 평가돼 절대적인 매각금액이 높지만 PEF 입장에선 각 사업부의 분할(또는 분할 매각) 등 투자금회수(엑시트) 전략의 선택지가 늘어났다는 측면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CJ헬스케어는 두 사업부 모두 꾸준한 현금을 만들어 내고 있고 여기에 주목한 PEF들이 다수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캐시플로어와 더불어 두 사업부 모두 비교적 높은 성장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엑시트전략을 마련하는데도 선택의 폭이 넓다"고 했다.

      제약·화장품 등 주요 SI업체가 인수할 경우에도 일정 부문 시너지가 예상된다. 인수를 검토중인 한국콜마는 CJ헬스케어와 제약부문 제품이 겹치지 않고 의약품원료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향후 원가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삼성그룹이 공개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한화종합화학도 어쨌든 PEF들이 관심을 보여야 할 상황이다.

      PEF 입장에선 삼성과의 연을 맺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삼성그룹은 대부분의 M&A와 투자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지만 이번 매각은 공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삼성그룹과 접점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화종합화학이 속한 석유·화학의 업황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을 타는 상황에서 향후 기업공개(IPO)를 통한 이익 기대감도 가질 수 있다. 물론 그 전에 최대주주인 한화그룹(한화케미칼·한화에너지)과의 장기간 동거를 어떻게 감내하느냐가 사전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한화의 '우선매수권' 가격 올리기에 PEF후보들이 그저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 업황과 드라이파우더 소진을 감안하면 아예 쳐다보지 않기도 어려운 매물이다.

      CJ그룹이 추진 중인 또 다른 거래인 투썸플레이스 투자유치도 관심의 대상이다. CJ푸드빌이 투썸플레이스를 물적분할해 투자유치를 받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스틱인베스트먼트·H&Q AP코리아·SC PE등이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또한 마찬가지로 CJ그룹과의 시너지를 노려볼만하다는 평가다. CJ그룹이 주력사업(CJ제일제당·CJ대한통운·CJ E&M)에 집중하고 나머지 사업은 축소 또는 전망할 것이란 전망이 나는 가운데 향후 이 같은 투자유치 또는 대규모 M&A가 나올 경우 투자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외국계 PEF 관계자는 "자본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CJ그룹은 내년에도 적극적으로 투자유치 및 자산매각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CJ가 보유한 기업들 중에서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PE들의 주요 투자업종들이 많은 만큼 관심을 갖고 미리 관계를 맺어놓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대부분의 거래는 내년 초엔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ADT캡스는 조만간 숏 리스트를 선정할 계획이다. CJ헬스케어는 오는 20일을 전후에 잠재후보자를 추려 내년 초 매각작업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한화종합화학도 마찬가지로 20일 예비입찰을 실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