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재계 M&A, '노크'는 누구에게?
입력 2017.12.22 07:00|수정 2017.12.26 09:34
    삼성, TF구성 후 자문사 M&A 인력 평판 조회 시작
    SK·CJ 인사 키워드는 'M&A'…승진 및 인력이동 활발
    한화는 김동관 전무 주도 승계 작업에 관심
    여전히 방향성 깜깜한 LG·현대차
    • 인수·합병(M&A)이 그룹 경영 전략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전담 조직 및 인사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투자은행(IB)·로펌·회계법인을 비롯한 자본시장 내 주요 참여자들은 향후 그룹 M&A의 주도권을 짊어질 핵심 인사들의 향방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시장의 관심이 쏠린 그룹은 단연 삼성이다.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이 해체된 후 M&A를 포함해 그룹을 총괄하는 업무는 ‘개점휴업’을 맞았다. 미전실 내 핵심 인력들도 안식년을 맞거나 계열사로 흩어졌다. 하지만 연말 삼성 전자계열사들의 업무 조율을 담당할 ‘사업지원태스크포스(이하 사업지원TF)’를 신설하면서 컨트롤타워 재건에 나섰다. 특히 삼성전자 관련 M&A 업무를 총괄해 온 미전실 ‘전략 1팀’ 출신 임원 대부분이 사업지원 TF로 고스란히 이동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미래먹거리 발굴을 담당할 손영권 전략혁신센터장, 데이비드 은 삼성넥스트 사장과 함께 크고 작은 그룹 M&A를 총괄할 전망이다.

      한화그룹과의 '빅딜' 등 그룹의 중대한 M&A를 지휘한 안중현 부사장도 일찌감치 사업지원TF로 자리를 옮겼다. "이재용 부회장이 M&A 전담 인력을 각별히 신임하는 만큼 일련의 사태 이후에도 지위는 굳건할 것"으로 내다본 인사들의 예측이 적중했다.

    • 올 한 해 가장 활발한 M&A를 펼쳤던 SK그룹은 성과 보상이 이뤄졌다. 지난해 대규모 사장단 인사 과정에서 함께 자리를 옮긴 M&A 담당 임원들도 연달아 승진했다. 박정호 사장과 함께 SK㈜에서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긴 노종원 상무, 반대로 장동현 사장과 함께 SK텔레콤에서 SK㈜로 이동한 박경일 상무가 각각 전무로 자리매김했다.

      시장에선 내년에도 '딥체인지'를 내건 SK그룹이 올해 못지않은 활발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M&A 시장에 단골이었던 SK㈜ , 수펙스뿐 아니라 SK텔레콤의 부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시바 투자 성공으로 역량을 보인데다 내년엔 중간지주사 전환 및 미래 먹거리 발굴이라는 굵직한 임무가 주어졌다. SK텔레콤도 기존 M&A 업무를 전담하는 PM(Portfolio Management)실을 '유니콘 랩스'로 재정비해 도약할 채비를 갖췄다. 그룹 안팎에서는 벌써 "조대식 사장이 이끄는 수펙스 및 지주사 SK㈜와 박정호 사장이 이끄는 SK텔레콤 간의 M&A 성과 경쟁이 벌어질 것"이란 '관전 포인트'도 나온다.

      CJ그룹의 인사 키워드도 'M&A' 였다. 지주사 인력이 계열사로, 계열사 인력은 지주사로 이동하며 M&A 인사의 손바뀜이 일어난 점이 특징이다. CJ대한통운에서 크고 작은 거래를 이끈 최은석 부사장이 지난 7월에 지주사 전략1실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연말인사에서는 다시 지주사 내 경영전략총괄로 부임했다. 기존 전략1실장이던 구창근 부사장은 CJ푸드빌 대표로 이동했다. 인력 이동에 따라 각 인사들에 인맥을 쌓아뒀던 자문사 관계자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도 보인다. 향후 지주사가 거래를 주도하기보단 각 계열사에 자율적인 권한을 주고 지주사는 의사결정을 돕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공격적 확장을 꾀하는 계열사와 이를 제어해야 할 지주사 간 '엇박자'를 조율하는 일은 숙제로 남았다.

      한화그룹은 예년보다 M&A 시장에선 잠잠했지만 관계자들은 ‘승계’ 이슈에 주목하고 있다. 한화가 장남인 김동관 전무의 측근인 민구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한화큐셀로 이동했다. 올해 한화S&C 분할 거래도 맡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고등학교 선후배 관계인 김동욱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전무와 함께 한화그룹 거래에선 꾸준히 손발을 맞추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민구 전무가 '한화큐셀'로 적을 옮긴 점에도 업계에선 설왕설래가 오간다. 이번 인사로 기존 M&A 업무와 더불어 김동관 전무 중심의 승계 작업도 담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간 M&A 시장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그룹들이 전열을 정비한 가운데 새로운 '큰 손'의 등장 여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LG그룹과 현대차 그룹이 대표적이다.

      LG그룹은 그룹 차원의 첫 조(兆)단위 거래인 오스트리아 전장회사 ZKW 인수전을 진행하고 있다. 시장에선 지주사 ㈜LG가 향후 그룹의 M&A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LG실트론 매각을 통해 1조원 가까운 실탄이 쌓인 데다 구본준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 이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 하지만 인력 수급은 전무한데다 재무팀 산하에 M&A 조직이 위치하는 등 보수적 기조의 변화는 없을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일각에선 “LG 그룹내 IB업계를 상대할 M&A 인력이 세 손가락으로 꼽기도 어렵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전략기술본부를 신설해 IB 관련 인력들에 잇따라 '러브콜'을 보냈다. 국내외 신사업 관련 M&A에 힘을 실을 것이란 기대가 나왔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사태 등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린 모양새다. 내년에도 그룹 지배구조 개편,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작업과 이를 위한 입지 강화가 시급한 숙제로 놓인 상황에서 대대적인 전략 변화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