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증자에 '날벼락' 맞은 삼성重
입력 2017.12.28 07:00|수정 2017.12.29 09:50
    현대重, 결의 시점 늦었지만 공모 일정 더 빨라
    주관사단-인수단도 구성 완료
    무차입 기조 강조하며 투자수요 확보 나서
    삼성重 이렇다 할 투자유인 많지 않아
    • 대규모 증자를 준비하던 삼성중공업 앞을 현대중공업이 가로 막았다. 증자 결의 자체는 늦었지만 공모 시점이 앞서는데다, 투자 매력 면에서 삼성중공업을 확연히 앞선 다는 평가다.

      동종업계 경쟁사인 현대중공업이 조선업에 대한 시장의 투자수요를 상당부분 끌어갈 거라는 평가다. 공매도 세력에 휘둘리며 증자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또 다른 암초를 만난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6일 1조3000억원 증자 계획을 밝혔다. 2015년 수주절벽에 따른 일감 부족으로 현금 유동성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서기 위함이란 설명이다. 삼성중공업(1조5000억원 증자)에 연이어 나온 조선사 증자 발표에 시장은 출렁거렸다.

      현대중공업 주가는 장이 시작 하자마자 전일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현대로보틱스, 현대미포조선,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 등 그룹 주들도 일제히 주가가 떨어졌다.

      ‘유탄’은 삼성중공업에도 튀었다. 증자 발표 이후 지켜지던 7000원선마저 무너지고 있다. 당장 주가뿐만 아니라 증자 과정 전반에서 현대중공업과 경쟁구도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진 현대중공업이 삼성중공업보다 투자자를 안배했다는 평가가 많다.

      우선 증자 시점을 보면 현대중공업은 3월, 삼성중공업은 5월로 현대중공업이 시기상 유리한 면이 있다. 증권가에선 조선업에 대한 투자수요가 한정적인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이 시장의 대규모 유동성을 먼저 끌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현대중공업은 대주주인 현대로보틱스가 최대 3444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투자자를 안심시켰다. 이에 반해 아직까지 삼성중공업은 그룹 차원의 지원의사를 표명한 바는 없다. 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 속에 오너의 증자 참여여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그나마 ‘삼성’이란 브랜드가 가지는 파워가 있다는 점 정도가 위안거리다.

      한 외국계 증권사 IB담당자는 “그룹의 재무상황만 보면 삼성전자가 대주주인 삼성중공업이 현대중공업보다 앞선다”라며 “계열사들이 지원할 것으로 보이나 뚜껑을 열어봐야 알 거 같다”라고 말했다.

      증자 이후 계획에 대해서도 현대중공업이 상대적으로 분명한 청사진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증자가 단순히 유동성 확보차원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증자가 성공할 경우 조선 3사의 순차입금을 모두 해소할 수준이며, 무차입 경영을 실천하겠다는 점을 내세웠다. 현대로보틱스의 증자 참여로 안정적인 지주사 체제도 확보하겠단 계획이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앞으로 회사가 어떻게 변화할지 구체적인 목표를 시장에 던져주지 못하고 있다.

      한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지주사 전환, 무차입 경영 등 투자를 유치할 여러 유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반면 삼성중공업은 증자 발표 이후 대주주의 증자 참여 등 시장이 원하는 답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구성원들의 증자 참여 부담도 현대중공업이 작다. 그만큼 증자 성공 가능성이 높다. 현대중공업은 1999년 이후 첫 증자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이미 지난해 1조원 규모의 증자를 단행하며 직원들이 증자에 참여한 바 있다. 불과 1년 만에 또다시 개인당 수천만원의 자금을 회사 주식 인수에 써야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은 실패 가능성을 거의 염두에 두지 않는 '삼성 스타일'로 증자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계속 된 증자에도 시장  및 직원의 신뢰를 얻을지는 현재로서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