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고 붙이고"…지배구조 단순화로 주력 계열사 힘 싣는 대기업들
입력 2018.01.02 07:00|수정 2018.01.03 09:17
    '선택과 집중' CJ, 식품·유통 계열사에 힘 싣기
    해외계열사 묶는 두산, DIP홀딩스 합병으로 지주사 재무부담↓
    상대적 재무구조 열악한 대기업도 합병작업 박차
    • 대기업들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주로 계열사들을 한데 묶거나 합병하는 방식으로 이를 통해 지주회사 또는 주력 계열사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의 지주회사 요건 강화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LG와 포스코가 지배구조 개편에 앞장섰다면 올해는 CJ와 두산그룹 정도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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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경영복귀 이후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엔 CJ대한통운을 CJ제일제당의 단독자회사로 전환했고, CJ대한통운은 CJ건설과의 합병을 결정했다. 기존에 복잡하게 얽혀있던 지분구조는 '㈜CJ→CJ제일제당→CJ대한통운+CJ건설>·<KX홀딩스+영우냉동식품>'으로 단순해 졌다.

      합병결정과 현재 진행중인 CJ헬스케어의 매각을 통해 식품·물류 사업에 집중하는 CJ그룹의 전략은 구체화하고 있다. 합병과정에서 CJ㈜는 CJ제일제당의 신주를 배정받아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국회에 계류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통과를 앞두고 문제시 될만한 지분을 선제적으로 정리하는 효과를 거뒀고 합병회사간 사업적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두산그룹도 계열사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주로 해외계열사 또는 완전자회사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손자회사인 두산밥캣은 유럽·중동·아프리카에 위치한 종속회사들을 하나로 묶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두산EMEA가 두산홀딩스 유럽과 두산밥캣 엔지니어링을, 두산홀딩스 유럽이 두산 트레이딩을 합병한 상태다. 최종적으로 두산EMEA가 나머지 계열사를 모두 흡수합병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흩어져 있는 해외 계열사들을 한군데로 모아 경영효율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에 ㈜두산은 자회사인 디아이피홀딩스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디아이피홀딩스는 두산그룹이 2009년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사모펀드(PEF)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당시 활용됐다. 현재는 두산메카텍·두산로보틱스·디에이에이·네오플럭스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자기자본 규모는 3728억원이지만 부채는 7억원에 불과해 합병 후 ㈜두산의 재무건전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숫자로 나타난 디아이피홀딩스의 재무구조가 좋기 때문에 합병 이후 ㈜두산의 개별 재무제표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두산그룹이 두산로보틱스를 포함해 디아이피홀딩스 자회사의 사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 합병 이후 직접 사업을 운영하며 시너지를 내려는 의도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디아이피홀딩스의 합병이 완료되면 ㈜두산은 향후 네오플럭스 상장을 통한 자금마련도 가능해 진다. 2000년 설립된 벤처기업 창업투자회사인 네오플럭스는 현재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그외에 SK㈜는 SK마리타임, 효성은 효성엔지니어링과 두미종합개발, 현대백화점은 현대리바트를 통해 현대H&S를 합병하며 지배구조를 단순화했다.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한진은 ㈜한진과 대한항공을 통해 중부대전화물터미널과 유니컨버스를 각각 합병했고 한진중공업은 한진중티엠에스를 흡수합병했다. 금호고속 인수에 성공한 금호홀딩스는 양사의 합병작업을 거의 마무리 했다.

      지난해까진 눈에 띄지 않았던 IT기업들도 지배구조 효율화 작업에 나서는 모양새다. 네이버는 캠프모바일을, 카카오는 카카오게임즈홀딩스, 카카오 자회사인 포도트리는 밸류포션을 합병했다. 모두 100% 자회사를 모회사에 편입하는 소규모합병 방식으로 진행됐다. 재무구조 개선과 지배구조 개편의 측면보단 사업부간 시너지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작업은 내년엔 더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점점 더 강화되고 있고 대기업에 대한 경영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이미 효성과 현대산업개발 등은 내년에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한 상태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 등 재계 1·2위 대기업들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