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서 위기 해법 찾는 금융그룹 수장들
입력 2018.01.03 07:00|수정 2018.01.03 17:11
    주요 금융지주 회장 신년사에서 글로벌 ICT기업 언급
    KB, “아마존 스피드 경영”…신한, “속자 생존의 시대”
    하나, “오픈 플랫폼 중요”…NH, “산업간 경계 붕괴”
    4차 산업혁명 시대, 선진 IT 기업 움직임 중요해져
    • 주요 금융그룹 수장들이 일제히 새해의 화두로 미국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아마존'(Amazon)을 꺼내들었다. 전통 금융업의 영역에 머물러서는 4차 산업혁명의 조류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에서다. 혁신하는 글로벌 ICT 회사의 의사결정 및 실행 속도, 다른 영역과의 융합 전략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2018년을 시작으로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우뚝 서는 ‘새로운 10년’을 만들어가자”고 밝혔다. ▲신성장동력 발굴 ▲고객 중심 서비스 강화 ▲창의적 기업문화 정착 등을 실행 과제로 제시하며 말미에 ‘신속한 판단과 실행’ 중요성을 언급했다.

      윤 회장은 “속도가 생존의 조건이 되고 있다”며 아마존의 ‘스피드 경영’을 사례로 들었다. 아마존은 70%의 정보만 확보되면 의사결정을 하고, 이 후에도 기민하게 수정하고 보완하는 의사결정 원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KB금융은 지난해 고객의 요구에 신속히 대응하고, 디지털 조직을 유연히 운영하기 위해 IT 기업들이 주로 활용하는 ‘애자일(Agile) 스쿼드’ 조직을 출범시킨 바 있다. 애자일 조직은 앞으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2020년까지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는 ‘2020 Project’를 ‘2020 SMART Project’로 새롭게 명명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원(One) 신한 전략 확장 ▲새로운 금융 창출 ▲직원의 성장과 사회의 희망 등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지난해 GIB 등 그룹 사업부문제 확대 및 글로벌 사업 확장 등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며, 아마존 등 선진 ICT 기업과의 제휴도 그 중 하나로 꼽았다. 이를 통해 공 들여온 ‘디지털 신한’으로의 개선과 혁신적 금융생태계 조성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판단했다.

      조용병 회장도 “위험과 기회가 혼재된 뷰카(VUCA: 변동성·불확실성·복잡성·모호성) 시대에선 ‘차원 높은 사고 방식’과 ‘변화를 앞지르는 신속 기민한 실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종규 회장과 같이 신속한 의사 결정과 실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함께 성장하는 금융’을 올해의 모토로 내걸었다. 그룹 내·외적 협업을 확대하고 자산운용, 신탁, IB, 비은행부문 등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비즈니스의 중심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휴매니티’를 근간에 둔 참여형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 역시 ‘아마존’을 언급했다. 김정태 회장은 “아마존은 2014년 인공지능 스피커 ‘아마존 에코’를 출시한 이래 개방형 개발 소스를 외부 파트너사에 무료로 제공하고 파트너사가 애플리케이션에 탑재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함으로써 인공지능 생태계를 선점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디지털 전환 시대에 대형 금융사는 핀테크업체들과의 경쟁으로 각각의 금융서비스로 쪼개지는 현상(Unbundling)이 심화할 것”이라며 “앞으로 고객은 대부분 플랫폼을 통해 소통할 것이기 때문에 금융회사도 참여형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성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환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은 디지털 중심으로의 혁신을 강조하며 다국적 기업의 변모를 언급했다. 그는 “스타벅스가 금융회사로, GE(제네럴일렉트릭)가 서비스업체로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은 바로 디지털이고 금융도 예외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간 금융지주들의 시선은 항상 해외 선진 시장의 금융회사들에 맞춰져 있었다. 어떻게 몸집과 경쟁력을 키워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활약할 것인지 청사진을 그리는 데 집중했다. 실현 가능성에는 고개를 저으면서도 단기적으론 노무라와 다이와, 멀게는 메릴린치와 웰스파고 등이 비교 대상으로 상정되곤 했다.

      그러나 이종 산업의 융합이 가속화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선 단순한 외형의 확장이 의미를 갖기 어려워졌다. 여러 신년사의 ‘산업을 초월한 무한 경쟁’, ‘저성장 고착화’, ‘선점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등의 표현에서 위기감이 묻어났다. 골드만삭스나 JP모건 등 전통 금융 강자들도 스스로를 IT 기업이라고 선언하는 상황이다. 금융회사들도 기존 금융사보다는 앞선 IT 회사들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