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없는 생보 맡은 허정수 사장, M&A·통합 관건
이동철 카드 사장, 의욕 보이나 산업 위기감 커져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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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올해 계열사 사장단 인사의 핵심은 '성과주의'다. 특히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언급되는 중추 인력들을 성장동력이 떨어진 '험지' 계열사에 내려 보낸 점이 눈에 띈다. 이들이 담당하게 된 계열사들은 업황 침체와 경쟁 심화의 부담이 큰 상황이다. 수장들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종규 회장은 지난해 3년 임기 연임이 확정되고 한 달 후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KB국민카드는 이동철 KB금융 부사장, KB생명보험은 허정수 KB국민은행 부행장이 새로 선임됐고, KB손해보험과 KB증권은 양종희 사장, 윤경은·전병조 사장이 각각 연임에 성공했다.
M&A 이슈가 있었고 외부 출신 사장이 연임한 KB증권을 제외하면 핵심 계열사 수장은 그룹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들로 채워졌다. 모두 윤종규 회장 취임 이후 KB금융에서 두각을 드러낸 전략, 재무 전문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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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허정수 KB생명보험 사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은 그룹 밖에선 ‘포스트 윤종규’의 대표주자로 꼽힌 지 오래다. 스스로 고사하긴 했지만 지난 회장 선임 절차에서 최종 3인까지 남기도 했다. 2013년부터 따지면 지주 전략기획부장으로 시작해 2014년 지주 전략기획담당 상무, 2015년 지주 부사장, 2016년 KB손해보험 사장 등 초고속 승진을 이어갔다. 상무 승진 직후 터진 KB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사태로 계열사 전 임원들이 일괄 사표를 냈을 때가 유일한 위기였다는 말도 있다.
양종희 사장은 KB손해보험(전 LIG손해보험) 인수 실무자로 2년을 검토한 끝에 경쟁자군에서 보기 힘든 손해보험사 라인업을 구축하는데 일조했다. 사장으로서 2년간 지점과 영업망을 잘 관리하며 실적도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1등 금융그룹 계열사 위상에 맞추려면 실적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매년 늦어지는 임금단체협약과 노조 달래기도 여전한 과제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3분기까지 31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는데, 삼성화재(1조44억원)·DB손해보험(5252억원)·현대해상(4060억원) 등 빅3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윤종규 회장이 ‘DB손해보험을 이길 때까지는 지주로 돌아올 생각하지 말라’는 특명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양종희 사장에겐 1년의 시간이 주어졌다.
허정수 KB생명 사장은 KB국민은행 재무관리 부장, 재무본부 본부장,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등을 역임한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 전문가다. 부행장 임기 1년을 지나던 시점에 보험사 사장으로 발탁됐다. 보험에 특화한 전문가가 맞느냐는 시선도 없지 않지만, KB손해보험 경영관리부문 부사장을 거치며 경험을 쌓았다.
KB손해보험은 인수 당시 보험 영업 방식 및 문화 차이로 인해 미국 지점의 부실이 상당히 커져 있었다. 인수에 실패했던 경쟁자들이 뒤늦은 축하를 받을 정도였다. 그러나 허정수 사장은 미국을 분주히 오가며 부실 정리를 주도했다. 현대증권 완전자회사화에도 기여하며 PMI(인수 후 통합) 전문가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허정수 사장의 어깨도 무겁다. KB생명은 차라리 파는 것이 낫겠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그룹 내 이익 기여도와 존재감이 미미하다. 계열사간 협업이 뒷받침 되더라도 당장 자체 역량으로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윤종규 회장은 생명보험 강화를 위해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허정수 사장도 시장점유율 확장보다 향후 있을지 모를 통합 작업에서 힘을 쏟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은 취임 열흘만에 조직 개편에 나서며 의욕을 보였다. 애자일(Agile, 유연하고 민첩한) 조직을 강화하며 그룹의 전략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 사장은 취임사에서 미래 성장 동력 발굴 및 본업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카드업은 대안 결제수단의 발전으로 산업 자체에 대한 존폐 위기론이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이동철 사장은 지주 전략기획부, 경영관리부 등 요직을 거치며 현대증권 인수 등 그룹의 주요 M&A에 관여해왔다. 그러나 카드업 전문가로 보기는 어렵다. 해외 M&A도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그룹이 어느 정도의 권한과 우선순위를 부여할지는 미지수다. ‘확실한 1등 금융그룹’을 외치고 있는 KB금융에 있어 카드는 신한금융그룹에 밀리는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다.
한 KB금융 계열사 임원은 “윤종규 회장은 화를 잘 내지 않고 잘 웃는 편이라 사람 좋아 보이는 인사지만 철두철미하고 냉철한 면도 있다”며 “후계자를 점 찍어두고 온실 속 화초처럼 키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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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1월 1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