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은 '보유 지분 전량 통 매각' 입장바꿔
'좋은 주인 찾아야 기업가치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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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매각에 '분할 매각'이 변수로 떠올랐다. 그간 보유 지분 전량 '통 매각' 입장을 견지해오던 매각자 KDB산업은행은 분할 매각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본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엔 매각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읽힌다는 평가다.
18일 인수·합병(M&A)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오는 19일로 예정된 본입찰에서 '대우건설 지분 중 40%만 분할 매각하라'고 제안할 방침이다. 경영권 지분을 선(先) 매입한 뒤 2~3년 내에 잔여 지분(10.75%)을 마저 사오겠다는 구상이다.
분할 매각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산은은 지난 17일 진행한 매각추진위원회(매각위)에서 이를 수용할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결론은 "제안을 받을 경우 검토가 가능하다"였다.
산은은 줄곧 대우건설 보유 지분 전량을 통째로 매각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해 10월 매각 공고할 당시부터 매각 대상에 'KDB밸류 제6호 사모펀드(PEF)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전량(50.75%)'이라고 명시했고, 매각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수 차례 '분할 매각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해가 바뀌고 인수 후보가 호반건설과 중국계 엘리언홀딩스 두 곳으로 좁혀지자 산은 및 매각 측 내부에서 톤이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매각 대상을 보유 지분 전체로 명시해놓긴 했지만, 거래 규정상 분할 매각도 추진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미리 마련해놨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매각위에서 확인됐다. 산은이 대우건설 매각 성사에 좀더 무게를 싣고 있다는 점이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앞서 이동걸 산은 회장 역시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 "경영 역량을 갖춘 사람이 인수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키워야 한다", "매각 가격에 구애받지 않는다"며 매각 성사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산은은 자신들이 계속 대우건설을 보유할 경우 향후 기업 가치가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이 대우건설에 경영권을 행사하기 시작한 이후로 대우건설의 주가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대우건설 매각에 정통한 한 M&A업계 관계자는 "산은은 국내 건설업이 단기 과열된 주택 시장에 의해 간신히 현상 유지만 할 뿐, 본질적으로는 조선업처럼 붕괴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면서 "어떠한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팔고 싶어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입찰자 중 한쪽인 엘리언 홀딩스가 중국쪽 자본인데다, 사업 영역 등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평가다. 엘리언홀딩스는 산은에 인수자금 지원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쟁구도가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매각 구조'를 핑계로 매각 성사 가능성을 줄이고 싶진 않았을 거라는 지적이다.
다만 산은이 분리 매각을 수용한다고 해서 호반건설이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할 것으로 내다보긴 어렵다.유력 원매자가 자신 뿐임을 확인한 상황에서 대우건설 인수에 서두를 필요가 없는 까닭이다. 산은이 정한 예정가격(예가) 이하의 인수희망가를 써낸다면, 호반건설이 경쟁에서 승리하더라도 매각이 성사되지 않는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앞서 몇 차례의 매각 시도를 통해 적어도 국내에서는 원매자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대우건설의 가치와 가격은 계속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면 호반건설이 이번에 무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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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1월 1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