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RW 높이고 예대율 가중치 적용해
"담보대출이 무담보대출보다 위험하다고?"
"'생산성' 원하면 초대형 IB 육성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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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은행 자본 규제 개편안에 금융권이 반발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의 위험 가중치를 기업 신용대출보다 높이라'는 정책 방향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1일 발표한 '생산적 금융을 위한 금융권 자본 규제 개편 방안'에 가계대출의 위험가중치(RW)를 상향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담보인정비율(LTV)이 60%를 초과하는 주담대의 RW를 현행 35~50%에서 70%까지 높인다. 예대율을 산정할 때에도 가계대출에 불이익을 준다.
반면 기업대출 활성화는 신용대출 유도에 초점을 맞췄다. 은행 경영 실태 평가 시 경영관리부문에 '중소기업 신용대출 지원 실적' 항목을 신설, 가점을 준다. 정부는 이번 개편으로 은행권의 BIS 비율 평균치는 0.14%포인트가량 하락하고, 예대율 평균치는 1.5%포인트가량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권 대출 자산의 '물줄기'를 비생산적 영역(가계)에서 생산적 영역(기업)으로 바꾸겠다는 취지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크다.
시중은행은 가계대출 심사 기준 중 하나로 해당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을 활용한다. 아파트 기준 감정평가액이 매매가의 80~90%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8·2 대책 이전의 LTV(70%)를 적용하더라도 매매가 대비 대출액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권은 LTV 100%를 적용하는 일본 은행보다도 가계대출을 보수적으로 심사하는데, 담보 없이 대출금을 집행하는 기업 신용대출보다 RW를 높게 적용하라는 조치가 합리적인지 의문"이라면서 "국제 기준을 적용, 세계 은행들과 경쟁 지표로 쓰이는 BIS 비율·예대율의 괴리만 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기업대출은 여전히 위험하다는 시각이다. 당장 지난 해 말 넥솔론을 포함, 은행권이 기업대출에 물려 수천억~수조원의 피해를 본 사례가 많다. 작년 11월 파산 절차에 돌입한 태양광발전부품제조업체 넥솔론에 국내 은행권이 제공한 대출금은 6000억원 규모(KDB산업은행 2390억원·우리은행 1350억원·수출입은행 258억원 등)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넥솔론은 대기업인 OCI 계열사인데다가 매 정권마다 정책적으로 지원했던 신(新) 재생 에너지 기업이었음에도 파산, 은행권 피해가 컸다"면서 "그나마 담보를 보유한 은행들은 얼마라도 회수하겠지만, 앞으로는 기업에 무담보 신용대출을 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려가 앞서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보험업계와 저축은행업계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 같은 가계 대출 규제 수준을 은행은 물론, 보험사와 저축은행까지 같은 수준으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한 대형 보험사 자산운용 담당자는 "정부 방침대로라면 주택담보대출보다 기업 수익증권의 리스크가 적다는 말인데,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해할 수 없는 방향"이라며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건 알겠지만 이렇게 시장에 개입하면 개입할수록 왜곡만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생산적 금융은 상업은행(CB)이 아닌 투자은행(IB)의 영역"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는 자본(equity)·메자닌(mezzanine) 투자 역량을 갖췄고 초대형 IB의 경우 기업대출까지 가능한데, 왜 시중은행의 등을 떠미는지 모르겠다"면서 "발행어음 인가를 서둘러 초대형 IB의 숨통을 틔워주는 쪽이 은행권의 피해도 줄이고, 실질적인 생산적 금융의 효과도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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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1월 22일 11:0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