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환경 나빠지는데 조달 금리도 올라
신한·KB 은행계는 CEO 간 경쟁 치열하고
삼성·현대 전업계는 '앞날' 불확실해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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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신용카드업계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둡다. 정부 규제와 시장 경쟁 격화로 영업 환경이 계속 나빠지고 있는데 손에 잡히는 해결책이 없어서다. 은행계·전업계 할 것 없이 그룹의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모두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당장 본업인 결제업에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지난 2015년 2.7%였던 카드 수수료율 상한선은 작년 8월 2.5%로 낮아졌다. 연 매출액 2억원 미만 가맹점 수수료율은 1.5%에서 0.8%로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수수료율 우대를 받는 가맹점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카드사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결제부문 채산성이 나빠지는 상황이다. 최저임금 상향 후 소상공인을 달래기 위한 대책으로 0.3%포인트 추가 인하안도 언급된다.
법정 최고 금리가 인하되면서 현금 서비스와 리볼빙(revolving·미결제액 이월) 서비스 수익성도 악화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fintech) 업체가 시장에 진입, 경쟁이 격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 본격 진입, 조달 금리마저 상승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달 금리가 30~40bp(0.3~0.4%) 오를 경우 조달 비용은 400억~5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신한카드·KB국민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의 경쟁은 더 치열할 전망이다. 녹록지 못한 영업 환경에 '수장'의 자존심까지 걸려 있어서다.
카드업계의 전통적 강자인 신한카드는 지난 해 3분기까지 780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그러나 이는 내부등급법 적용으로 인한 일부 충당금 환입액·비자 주식 매각액 등 덕분. 올해부터는 일회성 요인에 가려졌던 악재들이 실적에 반영돼 '민낯'이 드러날 예정이다.
이익 모멘텀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들리는 가운데 신한카드는 연초 대규모로 조직을 개편하고 새 수익원 발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게다가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된다. 차기 회장 주자 중 하나로도 꼽히는 임 사장이 그룹 내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올 한 해 실적이 중요하다.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에게도 2018년이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KB금융지주 전략기획부·KB증권 통합추진단장 등 요직을 두루 맡아온 이 사장은 위기에 처한 KB국민카드 사장에 취임하며 '시험대'에 섰다는 평가다. 공교롭게도 차기 회장 후보로 꼽히는 주요 인사 간 '빅 매치'가 카드 업계에서 펼쳐진 셈이다.
삼성카드·현대카드 등 전업계 카드사는 앞날이 불확실하다.
삼성카드는 혼란한 삼성그룹 분위기가 걱정이다. 삼성생명을 주축으로 한 금융 계열사 지배구조 개편 등 중요한 의사결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와중에 정부가 금융그룹 통합 감독 등 규제 강도를 높여가고 있어서다. 삼성카드가 벌어들이는 연 3000억~4000억원의 순이익보다는 카드업을 '반(反) 서민'적이라고 바라보는 정부의 눈초리가 더 부담스러울 거란 평가다.
현대카드 또한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해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를 재무적 투자자(FI)로 유치했지만, '매각설'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 필요로 하는 할부금융업은 현대캐피탈로 충분하다고 자본시장에서는 평가한다. 어피니티와 맺은 주주 간 계약(SHA)에 따라 3년 뒤 상장(IPO)은 해야 하는데, 규제 강화로 인한 업황 부진으로 인해 기업 가치 개선이 요원한 점이 난감하다.
한 신용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 2000년대 초반 '카드 사태' 이후 마음이 편했던 적은 없으나 올해 느껴지는 위기감의 강도가 특히 크기는 하다"면서 "각 카드사마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해외 진출·디지털 등을 내세우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지만, 당장 뚜렷한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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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1월 2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