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국법인 과세 강화 후폭풍에 진땀…한 발 물러설까
입력 2018.01.26 07:00|수정 2018.01.25 18:48
    외국법인 과세요건 강화하며 시행시기도 앞당겨
    국내외 우려 목소리 높아지자 “수정안도 검토 중”
    • 정부가 외국법인과 비거주자에 대한 과세요건 강화 방침을 밝히면서 투자시장에선 큰 혼선이 빚어졌다. 투자시장 관련자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며 정부는 수정 계획을 발표할 것인지 고심하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일 ‘2017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외국법인과 비거주자의 상장주식 양도소득 과세 대상 범위를 확정했다.

    • 종전에는 지분율 25% 이상의 대주주가 주식 시장에서 주식을 매각할 경우에만 세금을 물렸으나, 앞으로는 5% 이상 보유자가 과세대상이 되는 대주주에 포함된다. 주식 양도일이 속하는 연도와 그 직전 5년의 기간 중 한 번이라도 대주주 인정 지분율을 넘었다면 세금을 내야 한다.

      개정안 시행 시기는 앞당겨졌다. 지난해 발표 때는 기존에 외국법인 등이 보유하던 주식에 대해서 올해 말까지 종전 규정을 적용하기로 하는 경과 규정을 뒀지만, 7일 발표에선 유예 규정 없이 7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확정했다.

      투자수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세요건이 강화한 데다 시행 시기까지 6개월이나 단축되자 투자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글로벌 투자지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MSCI)를 산출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은 21일 성명을 통해 한국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투자자들의 한국 증시 접근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MSCI 신흥국지수를 쫓아 움직이는 글로벌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는 예상이 이어졌고, 외신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더했다.

      정부는 7월엔 개정 내용을 시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정부와 투자자 사이에서 세금을 원천징수 해야 하는 금융투자회사들은 난색을 표했다. 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처를 통해 시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시장과 여론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정부는 고민에 빠졌다. 실제 영향에 비해 우려가 크다면서도 수정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29일까지 부처협의 및 입법예고에 들어간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투자업계에서 개정안 적용을 늦춰달라는 요구가 많아 관련부처와 협의 중”이라며 “입법예고 기간이 거의 끝나가기 때문에 원안대로 입법할지 혹은 수정안을 낼 지는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