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공고한 '장막' 속 존재감 커진 '이석기 전무'
입력 2018.01.26 07:00|수정 2018.01.29 10:39
    신년 인사 물갈이 최소화…가신 그룹 여전히 공고
    지난해 자본관리 중책 맡은 이석기 전무도 유임
    이 전무 위상, IPO엔 득 될 것 없다 평가도
    • 교보생명 새해 인사에선 소폭의 임원진 변동만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신창재 회장을 오랜 기간 보좌해온 가신(家臣) 그룹의 입지가 여전히 공고함을 드러냈다. 특히 신창재 회장의 복심으로 꼽히는 이석기 전무가 올해도 회사의 핵심 관심사인 자본관리를 이어 맡으며 존재감을 또 한 번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교보생명은 지난 10일 올해 임원 선임 내역을 공시했다. 부사장 2명, 전무 16명, 상무 15명이 선임됐다. 임기는 모두 1년이다.

    • 박봉권 부사장과 황주현 부사장이 유임됐다. 박 부사장은 국민연금 출신으로 교보증권을 거쳐 2011년 교보생명 투자사업본부장에 올랐고 2013년 이후부터 회사의 자산운용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황 부사장은 교보정보통신 대표, 교보생명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를 역임한 IT 전문가다. 모두 신창재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지난해 전무 명단에 포함돼 있던 인사 중 1명을 제외한 전원이 유임했고, 상무 급에선 2명이 자리를 비우고 1명이 새로 이름을 올리는 선에서 임원 선임이 마무리 됐다.

      윤열현 채널담당 부사장과 박영규 상품전략기획 부사장이 이번 부사장 인사에서 빠졌다는 점이 눈길을 끌만한데, 각각 교보생명 상임고문과 교보문고 고문으로 자리를 옮기며 그룹의 일을 이어가게 됐다.

      교보생명은 과거처럼 이번에도 임원 변동 폭이 크지 않았다. 신창재 회장은 오래 그룹에 기여한 공로자는 예우했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을 보필하는 가신 그룹의 충성도가 높은 반면, 임원에 둘러싸여 외부 평가가 신 회장에 전달되지 않는 등 기업 문화가 폐쇄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인사에서는 특히 안살림을 챙겨왔던 이석기 전무의 유임이 눈에 띈다. 이 전무는 재무실장, 경영지원실장 등 요직을 두루 경험했다. 2009년 처음 사내이사에 발탁됐고,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속 이사회에 참여했을 만큼 회사 경영에 깊이 관여해 왔다. 2014년엔 최일선에서 우리은행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이석기 전무는 지난해 3월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며 ‘자본관리담당’이라는 새로운 직무를 부여 받았다. 교보생명은 새 회계제도 도입 대비에 한창이며, 자본확충 및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회수 지원을 위해 기업공개(IPO)도 검토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비춰볼 때 이 전무는 올해도 중책을 맡았고, 그룹 내 위상 역시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지난해 회사가 추진한 자본확충 컨설팅, 5억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이끌었고 금융당국과의 자본확충 논의도 총괄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석기 전무는 직급으론 부사장 밑이지만 신창재 회장의 실질적인 오른팔로 꼽힌다는 평가가 많다”며 “자본확충이라는 중책까지 계속 맡게 됐으니 ‘모든 것은 이석기로 통한다’는 분위기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보험업계에서는 이석기 전무의 유임이 교보생명 IPO엔 썩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1, 2차 외부 컨설팅을 통해 올해 중 IPO를 추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과를 받아 들었으나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대규모 자본확충으로 한 차례 숨을 돌렸고, 이래저래 사정이 급해지는 FI의 입장을 고려하더라도 썩 만족스러운 가치를 받아들 것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회사는 신창재 회장과 우호주주들의 지분율이 높아 IPO에 따른 경영권 약화 우려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호주주들도 결국은 회수를 해야 하는 FI다. 여기에 신주까지 발행해야 한다면 신 회장이 느낄 부담은 더 커진다. 신 회장의 복심인 이석기 전무가 자기 선에서 IPO 압박을 차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