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배임 논란 속, 증자 '불똥' 튄 KB·한국證
입력 2018.01.29 07:00|수정 2018.01.29 09:24
    지난달 유상증자 주관사 인수수수료로 각각 170억 챙겨
    이후 한달만에 거래 정지
    주주게시판에 항의 글 '봇물'
    • 현대상선이 옛 모기업인 현대그룹을 배임혐의로 고소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현대상선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언급되며 지난해 말 회사의 대규모 유상증자의 주관업무를 맡았던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이들 주관사단은 거래를 진행하며 실권수수료를 포함해 400억원이 넘는 수수료를 받았다. 인수한 실권주 상당량은 올해 초 급하게 내다팔아 주가에 충격을 줬다. 배임 등 소송전에 휘말릴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지난 15일 2014년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조건에 의해 손실을 입었다며 현정은 현대그룹이 회장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혐의로 서울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이후 한국거래소는 16일 현대상선을 장중 거래정지 시키고, 상장적격성 심사 절차를 가동했다. 결과는 2월 중 나올 전망이다.

      문제는 현대상선이 배임고소를 하기 한달 전 6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단행했다는 점이다. 당시 현대상선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관련 위험에 대한 사실을 전혀 고지하지 않았다. 투자설명서 상 현대그룹 관련 내용은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을 통해 부채총계가 감소했다"는 부분이 전부였다.

      이를 두고 현대상선뿐만 아니라 실사 및 증권신고서 작성을 주도한 주관사단이 투자위험요소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주관사단은 발행 당시에는 예측이 어려웠던데다 신고서 관련 법무법인의 법적 검토를 마쳤다는 입장이다. 다만 신주 공모에서 투자위험요소에 기재되지 않은 이유로 투자자가 피해를 입을 경우 집단 소송 등에 노출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있다.

      주관사단은 올해 초 실권주를 대량매매(블록세일)하며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현대상선 실권주 4660만여주 중 3000만주를 블록딜(대량매매) 형태로 제3자인 기관투자자들에게 매각했다.

      보통 실권주를 인수하면 주가에 충격을 주지 않으며 당분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주관사단은 인수 직후부터 장내 매도를 통해 지분을 조금씩 털어냈다. 그러다 주가가 발행가인 5000원선을 회복하자 곧바로 대량 매매에 나섰다. 일부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은 "상도의에 어긋난다"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주관사단은 현대상선 증자를 통해 수백억원대의 수수료를 챙겼다. 기본 인수수수료만 발행금액의 0.9%인 54억원이었고, 실권주를 인수하며 별도로 각각 175억원씩의 수수료를 받았다. 각 주관사당 1165억원의 실권주를 인수하긴 했지만, 이에 대한 대가로 각 사당 201억원, 총 403억원의 수수료를 받은 셈이다.

      주관사단이 보유 지분을 5% 할인한 4750원씩에 블록세일했다고 가정하더라도, 매각 손실분은 양사 합해 75억원에 그친다.

      한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배임 혐의로 고소하기 이전 인수한 실권주의 일부가 장내 및 리테일에서 소화한 것으로 안다”라며 “실권 수수료를 대거 챙기고, 투자위험은 또다시 다른 투자자들로 이전 시킨 셈”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 주주게시판에는 현대상선 상장폐지 가능성을 물어보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상장폐지까지 갈 경우 대규모 소송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만약에 상장폐지까지 가게 된다면 주주들이 집단소송에 나설 수 있다”라며 “회사뿐만 아니라 주관사단들 모두 소송에 휘말릴 여지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