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자 주가 삼성중공업, 유증 참여 매력은?
입력 2018.02.06 07:00|수정 2018.02.07 09:29
    연초 이후 유가 상승 등 기대감·호재로 주가 상승
    3~4월 수주 실적 및 국제 유가가 '변수'...공매도 동향 살펴야
    • 삼성중공업이 추진 중인 1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의 윤곽이 잡혔다.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규모와 일정이 확정된 가운데, 급락했던 주가는 V자형 반등을 보이고 있다.

      '그래도 삼성중공업'이라는 긍정론과 성장동력 회복에 불확실성이 많이 남아있다는 신중론이 엇갈린다. 공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3~4월의 수주 실적과 국제 유가 추이가 유상증자 '투자 수익률'에 직접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증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공시 후 6900원까지 급락했던 삼성중공업 주가는 연초 이후 회복세를 띄고 있다. 29일 종가 기준 9610원으로, 최저가 대비 38.5%나 급등했다. 신주 발행 수와 증자 일정이 확정된 지난 26일 이후로도 주가는 강보합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주가 회복세는 국제 유가 강세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29일 기준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1배럴당 가격은 65.56달러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의 올해 유가 전망치(WTI 기준 57.5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가격이다.

      국제 유가 상승은 해양플랜트 발주 등 조선·해양 업황에 긍정적이다. 이에 힘입어 삼성중공업은 최근 골칫덩이였던 미인도 시추선(드릴십) 6척 중 1척을 매각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나머지 5척에 대한 인도 성공 기대감도 따라 오르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석탄보일러를 가스보일러로 바꾸는 정책을 도입하며, LNG운반선 수주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LNG운반선 중 운행되지 않은 미용선 선박은 30척에 달했지만, 현재는 9척으로 줄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말 18만㎥급 LNG선 1척을 수주하며 연간 수주액 69억달러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 주가가 곤두박질치며 한때 '공모가 할인율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주가 회복으로 삼성중공업은 일단 한숨 돌리는 모양새다.

    • 문제는 최근의 주가 회복이 '일찍 터뜨린 샴페인'일수도 있다는 점이다. 삼성중공업 유상증자가 공모에 흥행하려면 발행가액이 산정되는 3월 초와 4월 초, 그리고 신주가 상장된 직후인 5월 초의 주가 추이가 가장 중요하다.

      삼성중공업은 올해까지 적자가 확실시된다. 2019년 전망도 다소 갈린다. 1800억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거란 긍정적인 시선부터, 영업이익 20억원 수준으로 간신히 적자만 면할 거라는 보수적인 시선까지 다양하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82억달러의 수주 목표를 내건 데 대해서도 증권가의 의견이 다소 갈린다.

      국제 유가가 오르고 있는 것도 달러 약세와 수급 불균형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해석부터 대세 상승이라는 전망까지 다양하다. 결국 삼성중공업 주가의 최근 상승세는 상당 부분 '불확실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에 대해 "매출감소의 폭이 예상보다 크며, 이는 2019년 매출액의 빠른 증가로 귀결되어야 한다"면서 "수주 회복만이 얽힌 회복의 실타래를 풀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중공업의 주가가 한두차례 더 출렁일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발행가액 확정을 앞두고 차익거래(abitrage)를 위한 공매도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 까닭이다. 삼성중공업 주가는 12월 초 증자 발표 직후 일주일간 하루 최대 250만주, 거래량 대비 최대 15% 수준의 공매도가 쏟아지며 주가가 급락했다.

      공매도로 주가를 낮춘 뒤 증자에 참여, 할인된 주식을 배정받아 상환하는 차익거래 기법은 삼성중공업의 지난 2016년 유상증자 때에도 발견됐다. 이후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시 증자 청약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내놨지만 아직 법제화에 이르진 못했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자는 "지금 주식을 매입해 주식을 배정받는 것보단, 추후 상장 거래되는 신주인수권을 저렴하게 인수해 증자에 참여하는 게 수익성 면에서 안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증자 참여 필요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모두 부인하며 '확장성'의 재료가 떨어진 상황에서 그룹 총수의 직접 참여만큼 확실한 '수익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5년 진행된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일반 청약에 3000억원 한도로 참여하겠다고 공시했다. 당시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는 1조2000억원의 대규모였지만, 구주주 청약율 99.9%로 마무리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의 현재 주가는 1만7500원으로 당시 증자 공모가(8110원) 대비 2배 이상의 수익률을 유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