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회전 거듭하는 칸서스자산 정상화…자가당착 빠진 감독당국
입력 2018.02.07 07:00|수정 2018.02.08 09:45
    접수 당시엔 문제삼지 않다 심사 때 ‘대출성 거래’ 지적
    회사 살리기에 6개월 시간 줬지만 승인은 차일피일 지연
    거래 무산되고 기존 경영진은 남아…감독당국 특혜 지적도
    • 칸서스자산운용 매각 작업이 수년 째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구주 가치가 없다는 것이 판명난 후에야 증자 방식 매각을 추진해 새 주인을 찾았지만 감독당국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감독당국은 사모펀드(PEF)에 확정 수익률을 보장하는 투자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자본확충이 시급한 회사 사정을 감안해 제재를 유예해왔던 그간 감독당국 태도와 상충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회사 경영진이 감독당국 출신이다보니 특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칸서스자산운용은 지난달 초 대아티아이-웨일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와 맺은 신주 인수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하고 계약금을 몰취했다. 잔금납입일인 1월 4일까지 유상증자 대금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인데, 대주주 적격성 심사 보류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회사는 2015년부터 구주매각 방식 M&A를 추진했다. 당시 주주들은 수백억원의 매각 이익을 기대했으나 각종 우발부채와 실적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작년 다시 매각을 추진할 때는 자본부족으로 유상증자 방식을 꺼내 들었다. 외국계 우선협상대상자가 낙마한 후 차순위인 대아티아이-웨일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인수자로 나섰다.

      컨소시엄은 사모펀드(PEF, 웨일제일호 기업재무안정 사모투자 합자회사)와 특수목적회사(SPC, 칸서스홀딩스)를 설립해 투자하는 구조를 짜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청구했다. 대아티아이는 PEF와 SPC에 출자한다. 금융감독원의 검토를 거쳐 작년 10월 금융위원회에 접수됐다. 이 당시에 감독당국은 해당 인수 구조를 문제삼지 않았다.

      칸서스자산은 이미 자본부족으로 금감원으로부터 작년 말까지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받은 상황이었다. 이를 감안, 회사와 컨소시엄도 지난 연말까지 거래를 완료하기로 했다. 구조가 문제되지 않는다면 유예기간 안에 자본확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심사 절차도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승인 심사 과정에 금감원이 투자 구조를 다시 문제삼았다. 사모펀드의 확정 수익을 보장하는 대출성 거래로, 'PEF 옵션부 투자 가이드라인'에서 금지하는 투자 형태라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아티아이는 PEF가 보유하는 SPC 지분에 대해 콜옵션(매도청구권, 3년 후부터 1개월간)을, PEF는 대아티아이에 풋옵션(매수청구권, 존속만기 1개월 이전까지 칸서스자산을 매각하지 못한 경우)을 가지고 행사 가격도 정해져 있다는 것이 쟁점이 됐다.

      반면 컨소시엄 측은 대형 법무법인 검토를 거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아티아이는 회사 경영 악화 시 추가 증자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때 펀드 출자자(LP)들이 대아티아이와 PEF간 이견으로 증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자 대아티아이에 콜옵션을 부여하기로 했다는 것. 풋옵션은 이에 상대적인 절차로 포함됐다는 반박이었다. 어쨌든 컨소시엄의 SI가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장치여서 나중에 자금이 더 필요하면 SI가 증자에 나설 수 있는 구조라는 논리였다.

      이후 감독당국과 컨소시엄 측은 논리 공방을 벌였지만 의견 합치를 이루지 못했다. 안건은 12월 말에 금융위원회에 상정됐다. 대개 대주주변경 승인도 일종의 민원인터라 감독당국은 신청인이 어느 정도 협의를 하거나 안건 부의 계획을 미리 알려주는 게 관행인데 신청인에는 "안건이 올라간다"는 여부만 통보됐다.

      게다가 안건 내역도 다른 안건들처럼 '가결' 혹은 '부결'이 아니라 '보류'로 올라갔다. 그러자 회의에 참석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왜 협의도 되지 않은 안건이 여기까지 올라오느냐"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자본부족 상황을 감안, 해가 바뀌면 빨리 심사를 진행하자는 의견도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감독당국 고위 관계자들이 사안을 파악했지만 연내 심사와 거래를 종결하기는 이미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당국 승인이 없어 거래대금이 납입되지 못했다. 계약은 해지됐고 계약금은 몰취됐다.

      거래를 파기한 칸서스자산운용은 올 1월 다시 새로운 주주배정 증자를 150억원 규모로 결정했다. 새 주주가 들어와 자본을 넣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주주들은 표면상으로는 '다른 주주들의 움직임을 보고 정하겠다'는 조심스러운 반응이나 증자 참여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기존 주식은 효용가치가 떨어진 상황이고 추가 증자에 나서더라도 당분간은 배당 수익도 기대하기 어려운 탓이다. 실권이 날 수 있고, 이도 실패하면 다시 제3자배정 증자 방식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

      이에 대비하고자 매각주관사를 통한 새로운 투자자 물색도 병행되고 있으나 3월초 납입일에 맞춰 증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또 매각 절차에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적기시정조치 유예기간 후에도 회사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원래 예정했던 조치를 취하거나, 현 시점의 건전성을 살펴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감독원은 이제 검사를 시작한 상황일 뿐 큰 움직임은 없다. 이달 초 실무진 인사가 이뤄지면 또 상당기간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감독당국이 칸서스자산운용 경영진 편의를 봐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알려진대로 칸서스자산운용은 외환위기 당시 초대 금융위원회 대변인을 맡았던 김영재 회장이 이끌고 있다. 군인공제회 등을 초청해 칸서스자산운용 설립을 주도했으나 2009년 회사 경영권을 놓고 대주주인 한일시멘트와 대규모 분쟁을 벌였다. '이헌재 사단'의 핵심인물로 분류돼 왔고 아직도 영향력이 건재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칸서스자산운용 대주주 승인 논란이 벌어지자 작년 금감원 인사에서 승진한 모 간부가 김영재 회장의 공직 재직 시 함께 일한 인연이 있고 사석에서 만날 정도로 막역하다는 점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

      어쨌든 김 회장은 당국의 승인 보류로 경영 개선 노력을 보여주면서도 자리를 지키게 됐다. 주주배정 증자를 추진하면서 우군이 될 새 주주를 찾을 시간도 번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