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 1년 농사 달렸다” 인수금융 업계 열기
금융사 반색하면서도 기업 담보가치 분석에 심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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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닻을 올린 대형 거래들이 올해로 대거 넘어오면서 인수금융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상반기 성과가 올 한해 농사를 판가름 날 것으로 보면서도 위험요소를 파악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지난해 인수금융 시장은 상반기(약정일 기준)엔 대성산업가스, 카밤 등 신규 M&A에 ADT캡스, 코웨이 리파이낸싱 등 굵직한 거래가 많았다. 하반기엔 한온시스템이나 한진해운 등 금리 인상기에 앞선 리파이낸싱은 있었지만 관심을 끌만한 신규 거래는 모림이나 락앤락 정도였다.
금융회사들이 지난해 하반기 먹거리로 생각했던 대형 M&A들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새 주인이 정해졌거나 그 직전 절차를 밟고 있어 금융회사들은 상반기 중 대규모 실적을 쌓게 될 전망이다.
인수금융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엔 거래 소강 상태가 길어지면서 걱정이 됐지만 연초 거래가 많아서 다행스럽다”며 “상반기 중 올해 먹거리를 많이 챙겨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M&A가 첫 테이프를 끊었다. 호반건설은 지난달까지 은행권을 중심으로 인수금융 조건을 접수했고, 5대 시중은행들로부터 6000억원대 자금을 빌리기로 했다. 증권사들은 초대받지 못했다.
ADT캡스는 작년 리파이낸싱에 이어 올해는 신규 거래가 진행 중이다. 이달 안에 CVC와 맥쿼리 중 한 곳이 새 주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CVC의 인수 가능성이 조금 더 거론되는 수준이고 KEB하나은행이나 삼성증권 등이 CVC와 함께 할 금융사로 꼽히고 있다. 실제 성사되면 거래 규모는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CJ헬스케어도 이달 본입찰이 진행될 전망이다. 한국콜마·칼라일·CVC캐피탈·한앤컴퍼니 등 4곳의 인수후보는 ‘누가 승리자가 돼도 이상할 게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단위 거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인수 경쟁 열기에 따라 인수금융 시장의 먹거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종합화학 소수지분 인수전에도 베인캐피탈과 스틱인베스트먼트-스톤브릿지-IBK투자증권 컨소시엄,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의 후보들이 들어와 있다. 설 명절 후 본입찰이 예정돼 있다. 역시 조단위 거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인수후보들은 금융회사와 합종연횡에 분주하다.
이랜드월드 투자유치에서도 기회가 있을 수 있다. 이랜드월드는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해 5000억원을 조달했는데, 당초 자금 유치 목표는 1조원이었다. 투자자들이 돈을 빌려 추가로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
블루홀도 내년 기업공개(IPO)에 앞서 시장에서 자금 유치에 나섰다. 회수를 원하는 기존 투자자 요청에 따른 것으로, 사모펀드(PEF)나 국내외 게임·IT 업체 등이 잠재 후보다. 역시 조단위 거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 금리 상승으로 올해 리파이낸싱이 뜸할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MBK파트너스의 네파 차입금은 차환 가능성이 있다. MBK파트너스는 네파 대주단과 재무약정을 맺었는데 지난해는 2016년 기준(순차입금/EBITDA 3.5배)을 충족하지 못해 문제가 됐다. 대주단은 지난해 3월 재무약정 준수 의무를 면제하면서 3000억원규모 차입금을 오는 4월 25일까지 상환 받기로 했다. 단번에 3000억원을 상환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리파이낸싱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외에 국내외 주요 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이는 스타일난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내놓은 메타넷 등도 상반기 기대할 만한 거래다.
금융회사들은 풍족해진 일감에 반색하면서도 위험 요소를 꼼꼼히 살펴 옥석을 가리겠다는 분위기다.
시중은행들은 대우건설 인수금융을 누가 빌리느냐에 촉각을 세웠다. 특수목적회사(SPC)라면 호반건설이 직접 나설 때보다 상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러 안이 오간 끝에 호반건설이 직접 인수자 및 차주로 나서기로 했다.
ADT캡스는 거래 규모에 따라 시장의 관심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매도자금융 주선자까지 마련해 둔 거래지만 현재 예상 거래 규모대로라면 대주단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향후 사업성이 꺾이면 기업가치는 떨어지고 담보인정비율(LTV)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CJ헬스케어 인수전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문제다.
한화종합화학은 경영권 거래가 아니란 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인수후보 사이에선 삼성그룹이 제시 받았던 조건 정도면 나쁠 것 없다는 분위기도 있지만 돈을 빌려줄 금융회사들은 다소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사 관계자는 “소수 지분인데다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과 태양광의 성장성을 확신하기 어려워 보다 강화된 안전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네파도 리파이낸싱을 추진한다면 향후 사업 전망을 면밀히 따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네파는 이번 겨울 한파에 롱패딩 열풍까지 불면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아웃도어 업황 상 1년 반짝 벌어 기업가치를 끌어 올리긴 쉽지 않다. 네파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겨울 시즌에 대한 기대를 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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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2월 0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