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운용-증권 자사주 매입, 통합감독탓 '발목'
입력 2018.02.12 07:00|수정 2018.02.13 09:09
    박현주 회장, 2016년 '운용 등 5000억 지원' 공언
    통합감독 초안서 금융계열사 출자액은 적격자본서 제외키로
    잔여 자사주 16% 처분 시기·방식 관심
    • 미래에셋대우의 자사주 처분을 통한 자기자본 확충이 시장의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올해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이 전면 시행되면 계열사를 통한 자사주 정리는 더욱 어려워질 거란 전망이다.

      자사주 정리를 통한 자본확충이 늦어지며 최소 2.7% 배당을 앞세운 우선주 증자를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설 필요가 있었던 게 아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 당시 통합 법인의 자사주는 23%에 달했다. 박현주 회장은 2016년 통합 당시 23%에 달하는 미래에셋대우 자사주에 대한 해법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계열사가 5000억원을 지원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당시 주식 가치로 4% 수준의 지분을 미래에셋운용이 인수해 지배구조를 공고히하고, 미래에셋대우의 자본활용성도 높이겠다고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당시 박 회장은 "미래에셋운용 내부에만 1조원이 넘는 현금이 쌓여있다"며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2년이 지나도록 해당 방안은 실행되지 않고 있다. 당시엔 미래에셋대우 실무진도 해당 방안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내부적으로도 실행 가능성에 대해 크게 언급하지 않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지난해 말부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그룹 통합감독방안에 속도를 내며 가능성은 더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초 금융회사의 계열 비금융회사 지분 보유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되다가, 올해 들어 그룹 내 계열 금융회사 지분 보유에도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 부각됐다.

      현재 그룹 자본적정성 지표를 산출할 때, 그룹 적격자본에서 금융계열사간 출자액을 제하는 방안이 언급되고 있다. 그룹 자본적정성 지표는 적격자본을 필요자본으로 나누어 계산하는데, 금융계열사간 출자액을 제하면 분자인 적격자본이 줄어 자본적정성 지표가 크게 떨어지게 된다. 비금융 계열사 출자액은 필요자본에 더해져 분모를 키우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미래에셋금융그룹 주요 계열사 4곳(증권·생명·운용·캐피탈)의 자본 합계는 11조원이다. 금융계열사 출자액은 2조1000억원이다. 만약 미래에셋운용이 미래에셋대우 자사주 5000억원어치를 매입하게 되면 금융계열사 출자액 총 2조6000억원이 적격자본에서 제외되게 된다.

      미래에셋운용의 금융계열사 출자액도 현재 6230억원에서 1조1230억원으로 껑충 뛰어오른다. 자기자본 대비 금융계열사 출자액 비중은 45%에서 81%로 급상승한다.

      금융당국은 오는 3월 관련 모범규준을 공개하고, 연내 통합감독법을 제장해 내년 7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추고 있다. 아직 세부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새 규제 도입을 앞둔 상황에서 금융계열사 지분 출자를 통해 자본적정성 지표에 악영향을 주는 방안을 선택하긴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다.

      계열사를 통한 정리가 여의치 않는다면 남은 방안은 장내 매각과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한 대량매매(블록세일) 정도다. 장내 매각은 현실화 가능성이 크지 않다. 주가 악영향으로 소액주주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남는 건 외부 매각 정도다. 미래에셋대우는 실제로 지난해 네이버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자사주 7.1%를 넘기고, 네이버 자사주 1.7%를 매입했다. 이 거래로 미래에셋대우는 5000억원의 자기자본을 확보했고, 자사주 지분율도 16%대로 줄었다.

      미래에셋대우가 오는 3월 현재 진행 중인 7000억원 규모 우선주 유상증자를 마무리하면 자기자본 8조원의 초대형 금융투자사업자(IB) 반열에 올라선다. 미래에셋대우는 우선주 증자 흥행을 위해 우선주 공정가액에 15%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최소 2.7%(추후 2.4% 스텝다운 가능)의 우선배당을 약속했다. 만약 자사주 처분이 좀 더 빠르게 이뤄졌다면 우선주 증자 없이도 자기자본 8조원 달성이 가능했던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1조원의 세전이익 목표를 세운 미래에셋대우가 계획대로 실적을 달성하면 내년 상반기 중 자기자본을 9조원으로 늘릴 수 있다"며 "자사주를 언제 어떻게 처분할지가 국내 초대형IB로선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자기자본 10조원 달성 시기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