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시장 주요 SI 사라져…"아쉽다"
"총수 부재해 새 M&A 결정키 어려워
당분간 지배구조 집중…자취 감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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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법정 구속되면서 인수·합병(M&A)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잠재적 '큰 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다. 당분간 M&A 시장에서 롯데그룹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국내 M&A 시장의 주요 참여자 중 하나였다. "롯데그룹 정책본부(현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에서 웬만한 규모의 매물은 모두 검토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매각자 입장에서는 변동성이 커졌다. 투자 안내문을 보낼 전략적투자자(SI) 하나가 사라진 셈이 됐다. '합종연횡'을 기대하던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재무적투자자(FI)와 인수금융업계도 한동안 움츠릴 롯데그룹이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롯데지주가 외형 확장과 신(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인 M&A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던 차였다.
경쟁사인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패션·홈 퍼니싱 등 전방위적으로 M&A에 나서고 있다. 롯데그룹이 11번가·쿠팡·티몬·위메프 등 주요 이커머스업체 대부분의 잠재 인수 후보로 꼽히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당장 이달 중 본 입찰을 진행할 보안업체 ADT캡스도 마찬가지다.
새 회계기준(IFRS17)과 신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둔 보험업계에서도 신한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KB금융지주에 이어 롯데그룹을 예비 인수자로 꼽고 있었다.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롯데캐피탈 등 금융 계열사를 매각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려서다. 현재 ING생명·KDB생명·MG손해보험 등이 새 주인을 찾고 있다.
롯데그룹이 신 회장 구속을 기점으로 당분간 M&A 시장에서 보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지배구조 개선 작업 등 선결 과제에 집중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신 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새로운 M&A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우니, 호텔롯데 상장 등 '예정된 수순' 밟기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롯데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는데 많은 자금이 필요해 롯데그룹이 과거처럼 대규모 M&A를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며 "현재 롯데그룹의 최우선 과제는 지배구조 정리라 당분간은 계열사끼리 지분을 주고받는 '내부 M&A'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M&A업계 관계자도 "법률·회계 등 M&A 관련 자문사들도 롯데그룹이 이전처럼 자본시장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먹거리를 잃는 것 아니냐며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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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2월 14일 17:0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