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업 원가율 안정화' 중·장기 과제
"시장 신뢰 잃어…재매각 당분간 불가능"
산은 부담감 더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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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마저 포기한 대우건설은 매물로서 가치가 여전한가"
대우건설의 재매각을 두고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KDB산업은행 산하에서 대우건설의 기업가치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이번 대규모 손실 인식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서 재매각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산은은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대우건설은 지난 2016년 말 빅배스(Big Bath·대규모 부실 상각)를 단행한지 1년만에 또 다시 대규모 손실을 인식했다. 모로코 손실은 일회성 요인일 가능성이 크지만, 2016~2017년 2년 연속 4분기마다 손실이 반복 발생해 실적 안정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가 낮아지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대우건설 해외 사업장에서 대규모 추가손실이 현실화하면 최악의 경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까지 갈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과거에 이름을 날리던 그 대우건설이 맞느냐'고 반문한다. 대우건설이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매각되고, 2011년 산은으로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맨파워(Manpower)가 크게 훼손됐다는 분석이다. 대우건설의 해외 사업장에서 원가율 관리 문제가 계속 불거지는 현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다.
한 건설·부동산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초 업계에 플랜트 바람이 불 때 뒤숭숭한 회사 분위기와 사내 정치 등에 질린 대우건설 임직원들이 대거 이탈했다"면서 "유가 등 사업 환경은 같은데 현대건설은 해외 사업에서 큰 적자를 내지 않음을 감안하면 대우건설의 관련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대우건설이 '내실(수익성) 키우기에 집중하겠다'며 보수적으로 내놓은 올해 경영 목표는 매출 10조5000억원·신규 수주액 9조4000억원(해외 2조원 포함)이다. 이에 대해선 실적 신뢰도가 낮아진데다가, 성장성 목표도 아쉬워 매각 불확실성만 더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대우건설의 재매각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최대주주 산은의 부담은 더 커졌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매물로서의 대우건설은 '중·장기적으로 해외 사업 원가율이 안정화되느냐'가 재매각 성사의 주요인으로 떠올랐다"면서 "(관련 절차를 감안하면) 올해 안에 재매각은 물리적으로도 어렵고, 원가율 안정세를 지켜보려면 산은이 대우건설을 보유한 펀드 만기(오는 2019년 7월)까지도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대우건설의 기업 가치를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서 목표 주가를 줄하향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 등 10여개 증권사가 최근 5~28%가량 내려잡았다. DB금융투자는 매수(Buy)에서 보유(Hold)로 투자 의견을 조정했다. 신용평가업계도 마찬가지다. 한국기업평가는 대우건설의 기업 및 CP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렸다. 한국신용평가도 이를 '워치리스트(Watchlist) 하향 검토'에 등록했다. NICE신용평가는 대우건설 해외 사업장의 원가율 추가 조정 가능성 등을 지속 모니터링하겠다는 입장이다.
매각이 무산되면서는 당장 차입금 상환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은 2조원에 육박한다. 현 상황에서 대우건설이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자단기사채·기업어음(CP) 등 단기물 중심으로 차환 발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모로코처럼 해외 사업장에서 손실이 재차 발생하거나, 외환위기와 같은 외부 충격을 입으면 향후 차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고정금리로 조달하는 장기물 대비 금융비용 지출도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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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2월 13일 17:2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