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스케어 한국콜마 인수 배경? '이천공장 소유권 양보ㆍ5년 고용 보장'
입력 2018.02.26 07:00|수정 2018.02.27 09:21
    바이오·신약 담당 이천공장 소유권 CJ가 유지
    제약 경험 없는 PEF들 '난색'·전격 수용한 한국콜마
    "고용보장에 이어 SI여서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이란 평가
    인수 두고 평가는 갈려…재무부담 우려는 공통적
    • 한국콜마가 전략적투자자(SI)의 강점을 선보이며 CJ헬스케어를 품었다. "5년간 임직원 고용을 보장하고, 일부 부동산과 설비는 매각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CJ측의 깐깐한 요구에 사모펀드(PEF)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은 난색을 보였지만 한국콜마가 전격적으로 수용한 점이 향방을 가른 요소로 거론된다.

      다만 한국콜마 입장에서도 부담이 큰 조단위 ‘베팅’인 만큼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신용평가사를 비롯한 크래딧 업계와 증권시장 모두 재무 부담에 대한 우려를 공통적으로 내비친다. 반면 직접적인 시너지 외에 영업망·마케팅 등 무형적 요소에 기대감을 보이는 시각도 있다.

      한국 콜마는 지난 20일 CJ헬스케어 인수 본계약 체결을 완료했다. 이번 인수 전에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3곳(한앤컴퍼니, CVC, 칼라일그룹)과 전략적투자자 1곳(한국콜마·H&Q코리아·미래에셋자산운용PE·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참여했고 최종 승자는 한국콜마가 됐다.

      인수 소식 직후 강석희 CJ헬스케어 대표는 사내에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한 업체가 있었음에도 임직원들의 고용보장과 향후 사업운영에 대한 의지를 고려해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국내외 내로라하는 PEF들도 인수전을 끝까지 완주하며 의지를 밝혔지만, 최종적으론 임직원 불만을 무마하는 소재로 활용되는 ‘씁쓸한’ 결과를 맞이했다.

      한국콜마는 인수 이후 2년여간 CJ헬스케어의 독립 경영을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의 영업망 및 인지도 등을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다. 사명도 당분간 ‘CJ헬스케어’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에서 떨어져 나왔지만 브랜드 사용료를 내며 사명을 유지했던 CJ라이온이 전례다.

    • M&A업계에선 인수 조건에 일부 부동산이 매각대상에서 제외된 점 역시 매각 향방을 가른 요인으로 본다.

      CJ그룹은 매각 대상에서 '경기도 이천 공장'을 제외할 것을 계약 조항에 넣었다. 인수자들이 ‘세일앤리스백’ 형식으로 부동산과 공장 소유권은 CJ측에 다시 넘기되, 일정 기간 임차 형식으로 공장과 부동산을 사용할 권리를 허용하는 방식이었다.

      해당 공장에서 CJ제일제당의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등 그룹 내 타 계열사가 부지를 사용해온 점이 고려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CJ헬스케어 내 이천공장에선 바이오 신약 관련 연구 및 생산을 전담한다. 생물제제 및 항생제(바이알, 프리필드 시린지)를 개발하고 있다. 대소(음성) 공장에선 수액제를, 오성 공장에선 알약(고형제) 형태의 제품 및 일부 항암제 생산을 맡는다. 부지 측면에서도 이천공장이 세 공장 중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 PEF 인수 후보들은 CJ측의 요구에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일정수준의 의약품주문생산(CMO)을 꾸리며 제약업 경험을 갖춘 한국콜마와 달리 인수 후 매각이 기본적인 전략인 PEF들은 제약에 대한 경험과 자산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특히 기업가치 측면에서 각광받을 수 있는 ‘바이오·신약’ 분야 핵심인 이천공장 소유권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한 점에 대한 부담이 클 수 있다는 평가다.

      반면 한국콜마는 이미 제약사업과 관련해 두 개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핵심 기술 이전이나 인력 이동이 보다 쉽다. 타 후보들이 막바지까지 장고에 빠진 사이 한국콜마와 CJ그룹은 계약을 매듭지었다.

      한국콜마의 전격적인 결단으로 인수는 마무리됐지만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미래가치를 고려하는 증권시장에서도, 재무 안정성에 집중하는 크래딧 시장에서도 모두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인수 부담을 공통적으로 우려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인수 직후 보고서를 통해 "(CJ헬스케어) 인수를 통해 창출된 가치가 있지만 이는 (한국콜마의) 재무적인 부담으로 인해 희석될 수밖에 없다"라며 한국콜마의 목표 주가를 9만2000원에서 8만4000원으로 하향했다. SK증권도 "휠라코리아가 아큐시네트를 인수했던 방식의 인수금융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당시 휠라도 5년 동안 연 8%의 이자를 지급했듯 한국콜마도 일정 기간 사모펀드에 확정이자를 지급하고 일정 기간 이후 PEF의 지분을 매입해야하기 때문에 재무부담 요인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 제약 담당 애널리스트는 "한국콜마는 제한적으로 단순주문생산(CMO) 사업만 운영했기 때문에 CJ헬스케어가 꾸려온 연구개발(R&D)을 포함한 전통적인 제약업에 대한 욕심이 컸다“며 ”당장의 사업 시너지보다는 CJ헬스케어가 가진 신규 전문의약품(ETC) 채널, 전국적인 제약 유통이 가능한 회사라는 점에 더 집중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사들도 의견을 보탰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1일, 이어 NICE신용평가(이하 NICE신평)도 지난 22일 모두 한국콜마의 신용등급(A)을 ‘하향검토’ 대상에 등재했다. 신평사들은 한국콜마가 CJ헬스케어의 경영권 지분 이상을 인수하게 될 점을 고려할 때 투입자금은 3600억원이 넘을 것으로 가정했다. NICE신평은 지난해 말 한국콜마의 현금성 자산은 약 830억원 수준으로 외부 차입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해 금융비용만 연간 400억원 가깝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송미경 NICE신평 연구원은 "CJ헬스케어 인수로 회사 사업포트폴리오 강화 등 사업 측면 긍정적 효과가 예상되지만, 회사의 자본 및 현금창출규모 대비 과다한 인수자금 소요로 재무위험이 큰 폭으로 확대돼 회사의 신용등급이 현 등급을 벗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