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물산 지분 6개월 내 매각해야"…결국 시장 매각이 해답?
입력 2018.03.02 07:00|수정 2018.02.28 18:09
    공정위 26일 합병관련 순환출자 금지규정 시행
    운신 폭 줄어든 이재용 부회장 나서긴 어려울 듯
    삼성물산, 자사주 매입 소각 현행법상 '불가능'
    •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을 오는 8월까지 매각해야 한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다양한 매각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그룹의 계열사 또는 삼성물산이 직접 인수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운신의 폭이 줄어든 이재용 부회장 또한 적극적으로 나서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결국 시장에 매각하는 방안이 힘을 얻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합병관련 순환출자 금지 규정 해석지침 예규제정을 의결하고 이날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2015년 옛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할 당시 삼성SDI가 추가로 확보하게 된 주식을 기존에는 순환출자 '강화'로 해석했으나 이번 수정안을 통해 순환출자고리 '형성'으로 재해석했다. 삼성SDI는 오는 8월 26일까지 지분 처분 유예기간을 부여 받았다. 지분규모는 총 2.13%(404만2758주)로 시가 기준 5000억원 상당이다.

      삼성SDI는 지난 2016년 공정위의 명령에 따라 기존 삼성물산 주식 904만2758주(4.7%) 중 500만주를 매각한 바 있다. 당시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0.7%를, 삼성생명공익재단이 1%, 나머지는 기관투자가들이 인수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인수하는 방안 ▲삼성물산이 자사주로 인수하는 방안 ▲계열사 인수 ▲제 3자 매각(블록딜 포함) 등이 거론되고 있다.

    •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한다면 현재 지분율(17.1%)을 약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석방 이후 경영일선에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점과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여론을 의식한다면 지분인수에 나서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는 4월 삼성중공업의 1조5000억원의 유상증자에도 이 부회장의 개인적 참여가 기대되기도 했으나 현재까진 이렇다 할 입장 발표는 없다. 지난 2016년 경영난을 겪던 삼성엔지니어링에 3000억원의 사재를 들여 참여의사를 밝힌 바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이 지분을 인수하는 것을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는 것을 극도로 꺼릴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지분율이 높기 때문에 추가로 지배력을 높여야 하는 유인이 적고 향후 이건희 회장의 지분 상속을 고려한다면 굳이 현 시점에서 인수에 나설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당초 삼성SDI의 지분매각 가능성이 거론될 당시만 해도 삼성생명공익재단과 같은 공익법인이 인수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공정위가 대기업의 공익재단과 지주회사 실태에 관한 전수조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이 방안 또한 선택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그룹 계열사가 인수하는 방안은 '신규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삼성그룹이 계열사 지분을 제 3자 외부매각에 나선 전례가 많지 않은 탓에 이 또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의 경우 오너일가 또는 계열사를 제외한 대주주가 생기는 것을 반길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삼성물산이 이 지분을 자기주식으로 인수하는 방안도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 현행법 상 상장사가 자기주식을 인수할 때는 반드시 공개매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정주주로부터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정부 출자기관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는 등 특수한 경우에만 허용된다.

      이 때문에 지분 일부를 블록세일(Blocksale)과 같은 방안으로 시장에 매각해 다양한 투자자를 확보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행히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의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이 비교적 공고하기 때문에 시장 매각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이 향후 주주환원책의 일환으로 공개매수를 통한 자사주를 매입, 소각한다면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높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최근 사외이사와 외부인사로만 구성된 거버넌스 위원회를 신설하고 글로벌 기업 출신의 사외이사 영입도 검토하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자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다. 배당 규모도 전년대비 크게 늘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보유현금은 1조5000억원 수준이다. 추진 중인 장부가 5600억원의 서초사옥 매각과 총 1조원가량으로 추산되는 한화종합화학 지분 매각 작업이 완료되면 보유현금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정위의 지분 매각 결정에 삼성그룹 측에서 이의를 제기할 여지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 관계자는 "공정위 해석지침의 적법성 여부와 무관하게 유예기간 내 해소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