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감법 개정에 연봉 공개하라는데…'발끈'하는 회계법인 임원들
입력 2018.03.02 07:00|수정 2018.03.05 10:23
    5억원 이상 연봉공개 요청에 임원들 반발 심해
    "개인 연봉 공개와 회계투명성은 상관성 없다"
    감독당국, "연봉공개는 감사업무와 밀접한 관계"
    • 회계법인들이 임원들의 연봉공개를 놓고 시끌시끌하다.

      대형 회계법인 임원들은 개인 연봉 공개 사유가 부적절하다고 반발하며 감독당국의 부정적인 시선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감독당국은 연봉공개는 감사업무와 밀접하게 연관된 사항이라는 반응이다.

      지난해 외감법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2020년 회계법인 사업보고서부터는 연봉 5억원 이상 등기임원의 현황이 공개된다. 개정안이 통과한지도 벌써 반년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해당 임원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탓이다.

      외감법 개정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가 도화선이 됐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법 개정이 급물살을 탔다. 그래서 도입된 것이 지정감사제, 표준감사시간제 등 회계 품질을 높이려는 정책들이다. 이전까지 업계에서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컸지만, ‘감사수수료 높이기’ 라는 시선 때문에 추진하지 못했던 사안들이다. 이에 더해 임원들의 연봉공개도 소리소문 없이 포함됐다.

      한 회계법인 고위급 임원은 “그런 내용이 외감법에 포함된 지 몰랐다”라며 “외감법 개정안에 왜 임원 연봉공개가 들어갔는지 납득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 사안은 차라리 '공인회계사법'에서 다루는 것이 법의 취지에 더 맞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인회계사제도 확립 및 공인회계사의 자격과 관련한 법에서 규정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어느 법에서 다루든 실질은 달라질 것이 없지만 임원들 입장에선 외감법 개정에 이런 내용이 포함된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감사는 제대로 못하고, 고액연봉을 챙겼다는 식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회계법인 고위급 임원은 감독당국이 회계법인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도 주장한다. 고위 임원들은 고액 연봉을 챙기면서, 주니어 회계사들은 박한 연봉으로 밤낮 없이 일을 시킨다는 감독당국의 인식에 법 개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 파트너는 “그럼 차라리 고위급 임원의 연봉은 줄이더라도 정년을 늘리자는 말도 나온다”라고 말했다.

      감독당국은 터무니 없다는 반응이다. 회계법인 사업보고서 제출과 관련된 내용을 외감법에서 규정하는 데다, 고위임원의 연봉은 회계법인의 업무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입장이다. 한 개인의 연봉 공개가 아니라,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회계법인의 행태를 알리는 데 필요한 부분이란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조사와 마찬가지로 회계법인 임원의 연봉공개는 형평성 차원에서도 당연한 사안이다”라며 “임원이 연봉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회계법인과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외감법에서 연봉공개를 규정하는 것이 맞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