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감도는면세점…후발주자 현대백화점 선택은 한화뿐?
입력 2018.03.05 07:00|수정 2018.03.06 09:19
    서울 쟁탈전 심화 예고…문도 안 연 현대百 부담 커져
    M&A서 활로 찾을 가능성…비유통그룹 면세점 거론
    한화 여의도점과 시너지…한화, 현대百에 매각 제안도
    •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에서 발을 빼며 면세업계 격전지는 다시 서울 시내로 옮겨오는 모습이다. 유통 빅3 중 롯데와 신세계가 이미 한 자리씩 차지한 것과 달리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현대백화점은 갈 길이 멀다.

      새 먹거리로 꼽은 면세사업을 빨리 키우기 위해 M&A를 시도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면세업은 사업자가 해외 유수의 브랜드를 얼마나 잘 유치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갈린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구매력을 활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유통 대기업이 유리하다. 일찌감치 면세 사업에 뛰어든 ‘유통 빅3’ 롯데와 신세계가 1, 3위 사업자다.

      현대백화점도 면세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2015년 ‘1차 면세점 대전’에선 고배를 마셨지만, 2016년 12월 롯데(월드타워점)·신세계(센트럴시티점)와 함께 ‘3자 면세점 대전’의 승자로 낙점됐다. 앞서 별도 법인(현대백화점면세점)을 설립하고 500억원 규모 사회환원 계획을 밝히는 등 총력전을 폈다.

      어렵사리 숙원사업을 하게 됐지만 이후 진행은 다소 지지부진하다. 면세점을 내기 위해 무역센터점 일부 층을 손보고 있는데 빨라야 올 연말께 문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동일 선상이던 신세계는 올 여름 개점을 앞두고 있다. 정지선 회장의 신중한 성격 혹은 순조롭지 않은 브랜드 유치 작업 때문이라는 의견들이 나온다. 더 늦어진다면 사업권 획득에서 개점까지 2년 이상이 걸리게 된다.

      그 사이 사업환경은 또 한번 크게 바뀌었다.

      롯데면세점이 이달 인천공항 임대료 부담이 본격화하기 전에 철수를 결정했다. 신라와 신세계도 인천공항공사와 임대료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합의 도출이 쉽지 않다. 모두 발을 뺀다면 점포 매출 1~3위가 모두 몰려 있는 서울 시장에서 총력전을 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은 빨리 사업 능력을 입증하고 서울 시장을 확대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문을 열기도 전부터 경쟁자의 공세만 더 커진 꼴이 됐다. 게다가 시장 포화로 면세점 특허기간을 10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현대백화점이 성과를 낸다 치더라도 더이상 서울에 새로운 점포를 내는 것은 어려워진다.

    • 결국 현대백화점에게 남은 옵션은 다른 면세점 M&A 뿐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과거 호텔롯데가 애경그룹의 AK면세점을 인수한 전례가 있었고, 사업권을 내놓거나 특허기간이 만료된 사업장을 다른 사업자가 이어받는 경우는 흔했다.

      예상 가능한 매물도 정해져 있다.

      대기업 중 면세점 빅3의 사업장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반면 두산과 한화의 면세점은 계속 이어갈 실익이 많지 않은 곳들이다. 사업성은 크게 개선하기 어렵고 점유율은 채 1%에도 못미친다.  게다가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결과까지 받아 그룹차원에서 부담을 지웠다. 자연스레 매각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두 면세점 가운데 그룹의 주력과 전혀 무관한 두산의 면세점보다 갤러리아백화점과 이어진 구매력이 있는 한화의 면세점(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이 좀 더 매력적이란 평가다.

    • 특히 현대백화점과 '궁합'도 좋은 편이다. 현대백화점은 2020년 여의도에 초대형 백화점 출점을 예정하고 있다. 한화 면세점도 여의도에 위치하고 있어 인수 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만 하다. 한화그룹 유통사업은 과거엔 오너 일가가 애착을 갖고 있어 매물로 볼 수 없다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수년간 내부적으로 매각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합병(M&A) 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한 회계법인을 통해 현대백화점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인수 의향을 타진하기도 했었다”며 “현대백화점이 면세점 경기가 좋지는 않지만 검토해보겠다고 했으나 오래지 않아 한화그룹이 매각 계획을 거둬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최근에는 법무법인과 함께 여러 가능성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최근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혜논란과 신동빈 회장의 법정구속이 분위기 반전을 이뤄내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면세점 매각거래가 진행될 경우 괜스레 '특혜논란'만 재점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룹 입장도 단호하다.  한화그룹은 "과거와 무관하게 현재는 면세점도, 갤러리아 백화점도 매각할 계획이 전혀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행여 추후 매각을 검토한다 가정하더라도 인수후보를 찍어두느니 다른 후보와 경쟁을 시켜야 협상 우위에 설 수 있을 전망이다. 한때는 시장에서는 롯데로 매각가능성도 거론된 터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