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자회사 SK E&S 활용법 내부 고민
지난해 일부 지분 TRS 형태로 투자유치 추진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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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형 지주회사’를 내건 SK㈜는 올해도 인수·합병(M&A) 시장에 활발하게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다만 점차 누적된 차입으로 인해 투자재원 마련은 시급한 과제다. 사내에서 비상장 에너지 자회사 SK E&S를 활용한 자금조달을 고민하는 가운데 수익을 기대할 투자은행(IB)업계의 접촉도 활발할 전망이다.
2일 IB업계에 따르면 SK㈜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사내에서 M&A를 담당하는 PM실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자산 효율화’ 방안을 검토해왔다. 여기서 SK E&S를 놓고 멀게는 경영권 또는 일부 지분 매각에서부터, 가까이는 상장(IPO) 혹은 SK이노베이션과 합병 등 모든 안을 두고 고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내부에선 시기상 적절하지 않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한 분위기다. 올해부터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수혜가 본격화돼 주력인 LNG사업 호황이 예상되는 상황이어서다.
업계에선 이를 SK E&S를 활용한 지주사 SK㈜의 투자재원마련을 위한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해 이후 활발한 M&A에 나서면서 SK㈜의 차입부담도 커졌다. 지난해 3분기 별도기준 순차입금만 6조4000억원에 달한다. 1년 사이 1조원 가까이 늘었다. 내부에선 이외에도 SK바이오팜·SK바이오텍·SK실트론·SK인포섹 등 비상장 자회사의 순차적인 상장도 검토하고 있지만 기업 가치가 가장 큰 SK E&S의 활용법이 중심에 있다.
SK㈜는 지난해 초 LG실트론 경영권 인수(약 8000억원)를 시작으로 중국 물류업체 ESR 지분 10% 투자(3720억원), 미국 카쉐어링 업체 '투로(TURO)' 지분 인수 등에 참여했다. 미국 셰일가스 업체 ‘유레카’ 투자에도 수천억원을 쏟았고, 자회사 SK바이오텍에도 약 1000억원 이상을 증자했다.
올해 투자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룹 차원에서 '글로벌', '4차산업혁명'을 키워드로 인수업체를 꾸준히 물색 중이다. 각 증권사내 IB부서와 리서치센터에서 IT관련 인력 영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제조시설과 연계된 스마트 펙토리와 스마트 시티 분야 업체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여전히 각 계열사에 M&A 속도전을 주문한 점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올해 초 신년회에서 "여전히 '올드 비즈니스'를 열심히 운영하거나 개선하는 수준에 안주하고 있다"며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없이는 미래 생존이 불확실한 시대에 서든데스(급사)할 수밖에 없다" 주문하며 각 계열사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SK E&S는 지난해 11월 미래에셋대우에 총수익스와프(TRS) 형태로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가 일부 시장에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미래에셋대우는 10% 지분가치를 6778억원에 평가해 전체 지분 기준 약 6조7000억원으로 평가했다.
다만 말이 많았던 비상장 자회사의 미래 현금흐름(DCF)을 기반으로 책정하다보니 이견도 만만치 않다. 증권가에선 SK E&S의 과중한 차입부담을 고려할 때 장부가(2조6000억원)를 소폭 상회하는 3조~4조원 수준이 적정 가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에는 JP모건에 의뢰해 자회사 파주에너지서비스의 투자유치를 추진하는 등 시장과 접촉을 늘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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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3월 0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