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생보사 인수, '선결과제'는 지주 자본여력
입력 2018.03.12 07:00|수정 2018.03.14 09:56
    ING생명 인수 검토...이중레버리지·자본비율 등 준비 필요
    • 신한금융그룹이 비금융 부문 확장에 시동을 걸 태세다. KB금융그룹과의 경쟁이 격화된 지금, 성과를 내려면 비금융 부문 외에 마땅한 분야가 없는 까닭이다.

      다만 신한금융지주는 KB금융지주에 비해 대형 인수합병(M&A)을 감내할 자본여력이 아직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비금융 확장과 발맞춰 '몸 만들기'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비금융에 역점을 두고 사업 확대 기회를 찾고 있다. 순이익·시가총액 면에서 KB금융에 추월당한 이후 '리딩뱅크 탈환'이라는 목표가 추가됐다. 3년 임기의 2년차를 맞이한 조용병 회장이 주주들에게 '성과'를 보여줄 시기도 됐다는 평가다.

      예상되는 투자대상으로 ING생명보험이 먼저 꼽힌다. ING생명이 상장된 이후 작년 하반기부터 몇차례 내부 검토와 의견 전달 등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ING생명은 최대주주가 사모펀드(PEF)로서 경영권 지분이 매물로 나올 예정인데다, 국내 보험사로선 드물게 신회계기준(IFRS14)으로 인한 자본부담에서 자유로운 까닭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59.2%의 ING생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시가 기준 2조6000억여원에 달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전량 매각시 거래 규모는 3조원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그러나 지금 신한금융지주는 이 정도 대규모 M&A를 감당할 자본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당장 이중레버리지비율이 걸린다. 신한금융지주의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127%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이 130%를 넘어가면 금융감독원의 지주 경영실태평가에서 종합등급이 2등급으로 떨어질 수 있다.

      현재 별도기준 20조원 수준인 자본총액을 고려할 때 이중레버리지 비율을 130% 이하로 유지하며 추가로 출자할 수 있는 지분 취득 한도는 1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지주 내부 현금도 충분한 편은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금융지주 별도 기준 현금 및 단기매매금융자산은 2550억여원 수준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016년까지 자회사 배당 등으로 쌓은 현금 대부분을 상환우선주 소각에 썼다. 올해 자회사 배당을 감안해도 3조원 규모 M&A를 위해선 최소 1조5000억~2조원 이상 대규모 현금 조달이 필요하다.

      M&A에 '조커'로 활용할 자사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자사주는 현금 대신 지급하는 방식으로 자본을 늘리며, 현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일례로 KB금융지주는 지난해 5%가량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활용해 현금 소요 없이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을 완전자회사화하기도 했다.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급락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자기자본의 10%를 넘는 규모의 보험사 지분 투자는 전액 보통주자본비율에서 차감된다. 동부증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이 3조원 규모 보험사 인수시 보통주자본비율이 1.13%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지주의 지난해 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은 12.8%다. 3조원 규모 지분 인수시 보통주자본비율은 11.6%안팎이 된다. 국내 은행 지주 평균(지난해 3분기말 기준 12.5%) 보다 낮은 수준이다.

      신한금융지주가 지금의 부족한 자본여력 아래서 ING생명 인수 등에 나서려면 경영권 지분(30%)를 분할해 인수하거나 2007년 LG카드를 인수할 때처럼 대규모 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 등이 불가피하다.

      30% 인수 가정시 MBK파트너스가 29.2%에 달하는 잔여 지분을 떠안거나 별도 처분해야 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없고, 대량매매(블록세일) 등 장내 처분시 주가에 악영향을 준다는 단점이 불가피하다.

      동시에 대규모 증자는 주주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2007년 LG카드 인수를 위해 발행한 상환우선주 3조7500억원의 전액 상환에 9년이나 걸렸고, 그 사이 지주가 상환부담에 계속 시달렸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당시처럼 상환기한을 명시한 우선주는 이제 자본으로 인정되지도 않는다. 상환권을 지주가 보유하는 우선주로 조 단위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지주는 생명보험사, 그 중에서도 ING생명을 최우선 인수 대상으로 꼽고 있다"며 "회계기준·자본여력 등 많은 공부와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