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감내 투자 시작한 삼성증권...지속가능성은 미지수
입력 2018.03.14 07:00|수정 2018.03.15 09:28
    단독 주관 스팩 첫선...PF 지급보증도 나서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서 '실적' 중요해져
    '잃어버린 5년' 되돌릴 수 있을지 관심
    • 삼성증권 IB가 과거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증권 전직 임원들이 "예전엔 절대로 안하거나 못할 딜(deal)을 하고 있다"라고 밝힐 정도다.

      삼성증권은 최근 한국거래소에 '삼성기업인수목적2호'의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삼성증권이 단독 주관하는 첫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상장이자, 8년 만에 내놓은 새 스팩이다. '삼성'이란 이름을 단 첫 스팩이기도 하다.

      그간 삼성증권은 2010년 스팩 제도가 처음 만들어져 모든 증권사가 '1호' 경쟁을 벌일 때도 한 걸음 물러서 있었다. '삼성'이라는 이름이 붙은 '상장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 수 없다는 이유였다. 메리츠종금증권과 합작해 세운 스팩엔 '삼성-메리츠 1호' 대신 '히든챔피언 1호'라는 이름을 붙였다.

      삼성증권은 또 작년 9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도 모습을 나타냈다. 대우건설이 인천광역시에 복합분양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발행한 유동화전자단기사채를 지급보증했다. 이어 12월엔 특수목적법인(SPC)인 골드스완제1차의 공동주택용지 취득에 매입확약을 제공했다. 과거 삼성증권은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PF 관련 거래엔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 이러다보니 삼성증권 우발채무 규모는 2016년말 기준 3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작년말에는 1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바이오에 대한 관심도 달라졌다. 삼성증권은 지난 연말 이후에만 압타바이오·아벨리노랩 등 5곳의 바이오기업과 상장 주관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에서 손 꼽히는 제약·바이오 부문 애널리스트인 이승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을 영입하고, IB본부에도 약학 박사 출신 실무자를 충원했다. 과거 삼성증권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바이오벤처 기업공개(IPO)를 주름잡았으나 2010년 이후 관련 인력과 조직이 축소되며 명맥이 끊겼다. 바이오 업종의 주가 급등락이 심해지며 '삼성증권이 다루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때문이었다.

      삼성증권이 다시 바이오기업 상장주관 수임에 나서자 다른 증권사들은 신경 쓰이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한때 바이오업계에서 삼성증권의 네트워크는 대단한 수준이었다"며 "이전 대비 3배 가량 늘어난 IPO 담당 인력을 바탕으로 공격 영업에 나선다면 판도가 바뀔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삼성증권의 이런 움직임은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그룹 전반의 분위기 변화 여파로 풀이된다.

      과거 그룹의 '눈치'를 봐야하는 시절에는 "삼성이란 이름에 먹칠하지 말라"는 기조 아래 리스크 관리가 더 중요시되는 분위기였다.  비금융계열사 고위 관계자의 입에서 '증권은 사고만 안 치면 된다'는 말이 나오곤 했다. 경영권 매각설도 수시로 언급됐다.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 IB부문의 활동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보니 2013년에는 IB부문 인력을 절반으로 축소하면서 업계의 눈총을 받았다. 2010년까지만 해도 부사장급이었던 IB부문 책임자 직급도 이때 상무로 격하됐다. 이러다보니 삼성증권 홈페이지의 IB본부 소개글의 '기업금융 서비스 관련 수상내역'은 2014년에 멈춰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룹 미래전략실이 사라졌고 이제는 삼성이라는 단일 이름보다는, 어쨌든 계열사별로 이사회 중심 경영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금융 계열사 CEO 입장에서 보면 과거에는 '리스크 관리'만 차분히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주주들에게도, 그룹에게도  '실적'과 '성과'를 보여줘야 할 상황이 됐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실적개선을 위해서는 결국 IB부문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삼성증권의 지난해 호실적에도 IB부문 역할이 반영됐다. 작년 삼성증권 연간 순이익은 2714억원(지배주주지분 기준)으로 2016년 대비 55.8% 늘어났다. 파생결합증권을 제외한 금융상품판매수익이 12.3% 줄었음에도 불구, IB수수료수익이 118.4% 늘어나며 이를 만회했다.

      조직이 줄어든 이후 이후 중견·중소기업 관련 거래에도 집중했지만 '파이'가 크지 않다는 점도 최근 삼성증권이 리스크 투자를 단행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삼성증권으로서는 자산관리(WM)와 기업금융(IB)의 연계 사업구조를 활용, 다양한 상품 소싱(sourcing) 저변을 넓히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  삼성증권은 비상장 시절 카카오 지분, 홈플러스 인수금융 유동화증권 등 독특한 상품을 프라이빗뱅커(PB) 채널을 통해 공급해왔다.

      다만 이 같은 움직임의 효과와 지속가능성은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평가다.

      지금이야 삼성그룹의 각 금융 계열사에 대한 '관리'가 느슨한듯해도, 결국은  지배구조 정리 과정에서 결국 또 다른 '감시'나 '군기잡기'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남아 있다. 결국 '삼성'이란 타이틀이 다시 족쇄를 지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