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강화' 등 미봉책 수준에 그쳐
"이번에 효과적인 예방책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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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증권가에는 성(性)폭력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직까지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은 증권사는 없는 상황인데, 강도 높은 처벌 없이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KB증권은 최근 사장이 직접 나서 '원 스트라이크 아웃(One strike out)하겠다'며 엄명을 내렸다. 임원이든 직원이든 성 폭력 가해 사실이 한 번이라도 드러나면 즉시 내보내겠다는 경고다. 최근 인근 증권사들이 성추문으로 곤혹을 겪는 모습을 본 뒤 내린 처방이다.
대신증권은 올 초 한 지점장이 회식 중에 여직원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회사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정직 처분을 내렸고, 해당 지점장은 결국 자진 퇴사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한 직원이 직장인 익명 소통 애플리케이션에 "과거 지점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적 있다"는 고발 글을 게시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사내 30대 남성 애널리스트가 사내 성추행 추문에 휘말려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양기인 리서치센터장이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을 앞두고 일부 기관투자가에게 "OO처럼 줄 듯 말 듯 하지 마시고 화끈하게 밀어 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하다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이력도 있다.
증권사들은 확산하는 미투 운동에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지금까지 내놓은 방안은 부서 단위 성 희롱 예방 교육 횟수를 늘리거나 회식을 아예 금지하는 정도다. 사무실 내 자리 배치를 조정해 남여 직원을 분리해 앉히는 방안을 고려한 곳도 있었지만 실제 이뤄지진 않았다.
이 같은 대응은 미봉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증권가를 포함한 금융업계는 전통적인 남성 중심 조직으로 과거부터 비일비재했다는 얘기다. 오랫동안 누적된 일인 만큼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성 추문에 휘말린 증권사 중 한 곳은 과거부터 임원이 사내 행사장에서 '여직원들 무대로 올라와 춤 추라'고 강요하던 곳"이라면서 "미투 피해가 드러난 증권사들 대부분이 원론적인 대응책만 내놓고 있지만, 단순히 교육 몇 번 더 한다고 성폭력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개인 고객이 많은 증권업은 평판과 신뢰가 중요한데, 제대로 된 예방책을 만들지 않으면 향후에 큰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면서 "미투 운동은 비단 증권가 뿐만 아니라 은행권, 자산운용업계 등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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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3월 20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