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자산 선호 심리 위축...바이오주 수급 '빨간불'
입력 2018.03.22 07:00|수정 2018.03.23 09:52
    지난해 글로벌 '리스크온' 투자에 주가 급등
    美 금리 인상 가능성에 성장주 조정 받아
    외국인 셀트리온 1.8兆 매도...포트폴리오 조정
    • 최근 반년간 국내 증시를 이끌어온 바이오주의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 거시 악재로 인해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위축되서다.

      '뭘 사도 주가가 오르던' 지난해엔 국내 증시는 물론, 미국 증시도 바이오주 선호 현상이 돋보였다. 고성장 저금리가 지속되며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리스크온'(위험 추구) 투자가 많았다.

      지금은 분위기가 다소 바뀌었다는 것이 현장 운용역들의 지적이다. 금리 상승 부담으로 인해 주가가 번번히 발목을 잡히고 있는 것이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위축되며 '리스크온' 투자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바이오주의 수급도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의 지난해 말 기준 주가순이익비율(PER)은 60.3배로 나타났다. 1년새 63.4% 급등했다. 신라젠 등 이른바 '텐베거'(Ten-baggerㆍ주가가 10배 오른 주식)가 나타나기도 했다. 바이오를 비롯한 성장주에 올라타려는 수요가 가격을 밀어올렸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주요 지수는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모두 갈아치웠다. 리스크온 투자가 몰리며 미국 제약·바이오 업종 주가도 급등했다. 지난해 1월초만 해도 미국 내 제약·바이오주 평균 PER은 12배였다. 연말 기준으론 17배로 뛰었다. 2016년 대비 이익 규모는 한 자릿 수 성장을 기록했지만, 밸류에이션(가치척도)이 50% 오른 것이다.

      올 1월 중반까지만 해도 이 같은 고공행진 추이엔 흔들림이 없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3월이면 코스피가 3000포인트, 코스닥은 1000포인트에 가있을 거라고 낙관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시장금리가 급등하며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가 "물가를 지켜보고 있다"는 언급을 내놓으면서다.

      연준의 '물가' 언급은 경기침체 우려에서 벗어나 인플레이션 관리로 무게 중심이 옮겨졌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해엔 경기가 좋아도 금리가 오르지 않아 자산 가격과 더불어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올해엔 금리도 같이 오르며 주가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이는 2월 글로벌 증시 약세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앞으로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낙관론이 힘을 잃으며 성장주의 대표격인 바이오주의 수급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나스닥 바이오 지수는 2월 초 고점 대비 10%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 제약·바이오 기업 PER은 15배 안팎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는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대표 바이오주인 셀트리온의 경우, 연초 이후 지난 14일 기준 외국인 투자자의 누적 순매도 규모가 1조8400억여원에 달한다. 지난 1월 셀트리온 주가 급등에 기여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2월 한달간 7800억여원어치의 셀트리온 주식을 내다팔았다.

      코스피 이전상장에도 불구, 3월 들어선 보름간 1조원이 넘는 주식을 더 내다팔았다. 같은 기간 삼성바이오로직스에는 외국인 매수세가 일부 들어왔지만, 규모는 700억여원에 그쳤다.

    • 여전히 위험자산 선호가 어려운 장세는 계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한때 40포인트선에 육박했던 미국 변동성지수(VIX)는 지금도 지난해보다 크게 높은 15포인트 안팎을 오가고 있다. 변동성 지수가 높을수록 증시를 어둡게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VIX가 올해 20선에서 움직인다면, 미국 스탠다드앤푸어스(S&P) 지수의 평균 PER이 20% 낮아질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올해 2~3회로 예상되던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어느새 4회 인상 가능성에 더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최근 16개 글로벌 투자은행(IB)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미국 기준금리 인상 회수를 4회로 예측한 IB가 9곳, 3회로 예측한 IB가 7곳이었다.

      다른 운용사 운용역은 "이달 초 미국 고용지표는 크게 좋아지고, 임금상승률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반짝 회복되기도 했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른 상황"이라며 "바이오를 비롯해 성장주에 대한 투자 비중 조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