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2·3위 현대차와 SK의 경쟁이 시작됐다
입력 2018.03.23 07:00|수정 2018.03.28 09:16
    미래차 시장 선점에 전념하는 현대차와 SK
    커넥티드카·차량공유 등 M&A시장 격돌 가능성
    글로벌 업체들과 합종연횡 '시작'
    • 현대자동차와 SK그룹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이제껏 각자의 분야를 지켜온 두 그룹의 경쟁을 예단하긴 어려웠으나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새로운 구도가 만들어졌다.

      SK는 친환경자동차와 차량공유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현대차는 인프라 구축과 소프트웨어 플랫폼 확보가 절실하다. 현대차와 SK 모두 '미래차'를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만큼 이 시장의 투자 성패에 따라 재계의 지각변동도 예상할 수 있다는 평가다.

    • 지난해 M&A 시장에 공식적으로 등장한 AJ렌터카는 현대차와 SK 모두 눈독을 들인 매물이었다. 결론적으로 현대차와 SK 모두 인수에 실패했지만 AJ렌터카 인수전은 두 대기업의 사업 방향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됐다.

      현대차는 AJ렌터카를 인수해 수소연료전지차 인프라 구축에 활용할 수 있었다. 렌터카 사업은 자율주행에 반드시 필요한 운전자 빅데이터를 수집하는데 최적의 사업모델이기도 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중고차 사업을 내려놓을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SK는 AJ렌터카 인수를 통해 롯데렌터카와 함께 렌터카 시장 2강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 SK는 자동차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스피드메이트'와 사업 교환을 제안하기도 했다.

      금호타이어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부각된 그룹은 SK였다. 타이어 소재인 합성고무를 생산하는 SK종합화학, 전기차 소재 사업을 하는 계열사들과 직간접적인 시너지가 예상된다는 평가였다. SK는 금호타이어 인수를 공식적으로 부인했으나 유상증자와 금호타이어 중국사업 부채를 떠안는 방안 등 인수 조건을 두고 깊게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했다면 현대차와 공생관계가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 매출의 3분의 1가량은 현대차로부터 발생한다. 현대차 또한 부품사 수직계열화의 일환으로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 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됐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자동차 관련 시장에서 SK가 자주 오르내리는 것은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차량용 반도체, SK케미칼은 전기차 부품소재,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한다. SK에너지의 '엔크린(연료)'과 SK루브리컨츠의 '지크(윤활유)'는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여기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래차 분야를 핵심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기조를 꾸준히 밝혀왔기 때문에 SK의 적극적인 자동차 시장 진출은 어느 정도 예상돼 왔다.

      자동차에 IT기술을 접목해 자율주행과 자동충전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한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분야는 현대차와 SK그룹이 모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의 세계최대 네트워크 업체 시스코(Cisco), 중국의 바이두(Baidu)와 손을 잡았고 자율주행 전문업체 오로라(Aurora)와 동맹체제를 구축했다. SK텔레콤은 '차세대 커넥티드카 솔루션 공동개발'과 '5G 자율주행 공동사업 추진'을 위해 네덜란드 초정밀지도 제작기업 히어(Here)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SK텔레콤은 BMW코리아, 통신장비 업체 에릭슨(Ericsson)과 함께 커넥티드카 기술개발을 진행중이다.

      차량공유 시장에서도 경쟁이 예상된다.

      SK는 현대차에 앞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5년에 국내 카셰어링 업체 '쏘카(Socar)' 지분을 인수해 2대주주에 올랐고, 지난해부터는 쏘카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말레이시아에 진출했다. 지난해엔 다임러AG와 미국의 개인간(P2P) 카셰어링 1위 업체인 투로(TURO)에 지분을 투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 카풀 업체 럭시(Luxi), 올해 동남아시아 최대 카셰어링 업체 그랩(Grab)에 투자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차량공유 시장은 오너가 의지를 갖고 투자를 이끌고 있는 SK가 현대차에 비해 다소 앞서는 모습이다"며 "현대차도 이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나 여전히 내부 의사결정과 소통의 문제로 적극적인 투자는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SK가 완성차와 통신 기술이라는 각자의 강점을 갖고 미래차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향후 전략적 제휴 및 협업의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현대차와 SK의 실무진들은 미래차 기술 개발을 위해 수년째 교류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엔 SK네트웍스와 현대차가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인공지능(AI) 분야에 특화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벗어나 통신이 접목된 새로운 장치로 거듭나면서 현대차와 SK 모두 접점을 가진 분야에서 경쟁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며 "경쟁은 경쟁이지만 양측이 협력하고 시너지를 낼 부분도 상당한 만큼 협업과 상생의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