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지는 KB-신한 1위 다툼...생보사 M&A 승자는 누구?
입력 2018.03.23 07:00|수정 2018.03.22 20:22
    업계 선두 두 그룹, 생보사만큼은 10위권
    리딩뱅크 넘겨준 신한금융, 비은행 확장 적극적
    재무 여력 높은 KB금융...인수 당위성 설득해야
    • '리딩뱅크'를 노리는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생명보험업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룹의 '약한 고리'를 보강해 압도적 1위로 발돋움하려는 KB금융과, 비은행 강화로 리딩뱅크 지위를 탈환하려는 신한금융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두 그룹 모두 최근 수년간 비은행 강화에 공을 들여왔다. KB금융은 증권과 손해보험을, 신한금융은 카드와 증권을 키웠다. 금융업권 대부분의 영역에서 상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그룹이 가장 뒤떨어져 있는 분야가 생명보험업이다. 국내 25개 생보사 중 신한생명은 11위, KB생명은 16위(이상 자기자본 기준)에 머물러 있다.

      몸이 달아있는 쪽은 신한금융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리딩뱅크 자리를 KB금융에 완전히 넘겨준 게 뼈아픈 상황이다. 그룹 총 당기순이익 규모 면에서 추월당한 것은 물론, 시가총액 1위 자리도 넘겨줬다. 그룹간 수익 격차가 6000억원 넘게 나던 2015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못할 일이었다.

      이후 신한금융은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별로 KB금융과 실적을 비교하며 경쟁을 독려하고 있다. 자본시장 내 경쟁력 지표를 나타내는 리그테이블 순위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런 신한금융에게 업계 최상위권 자본적정성과 4위권의 자본·영업망을 갖춘 ING생명은 매력적인 매물일 수밖에 없다. 만약 신한금융이 지난해 3400억원의 순이익을 낸 ING생명을 인수했다면, KB금융과 대등한 수준의 그룹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KB금융 역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다. 최근 채용비리 혐의로 인해 다소 흔들리긴 했지만, 지주 전략부서에서는 ING생명을 비롯한 추가 인수합병(M&A) 검토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되찾은 리딩뱅크의 위상을 지켜내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KB손해보험 인수의 공신 중 하나인 허정수 사장을 KB생명에 내려보낸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KB생명 사장 인사는 좌천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그룹 내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존재의의를 의심받는 KB생명의 '활로'를 찾아올 것을 허 사장에게 주문했다고 전해졌다. 실제로 허 사장은 회사의 근본적인 영업 및 성장 전략 청사진을 다시 그리고 있다. 5000억원에 불과한 자기자본을 극적으로 늘리려면, 인수합병(M&A)도 검토해볼만한 전략으로 꼽힌다.

      조 단위 생보사 M&A를 가정했을때, 재무적으로 여력이 있는 쪽은 KB금융이다. KB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4.7%로, 2조원 가까운 자회사 투자 여력이 남아있다. 보유 중인 자사주 4%를 지렛대로 삼을 수도 있다. 자사주 지분 가치는 현재 1조1000억여원에 달한다.

      다만 '사양산업'인 생보사 인수에 또 다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해 주주나 내부 구성원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이미 KB생명을 키우는 것에 대해 그룹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신한금융은 '인수 의지'가 높지만, 지주의 투자 여력이 빡빡하다. 현재 별도기준 20조원 수준인 자본총액을 고려할 때 이중레버리지 비율을 130% 이하로 유지하며 추가로 출자할 수 있는 지분 취득 한도는 1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지주 내부 현금도 충분한 편은 아니다. 지난 2016년까지 자회사 배당 등으로 쌓은 현금 대부분을 상환우선주 소각에 쓴 까닭이다. 조커로 활용할 자사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취임 2년차로 2020년 연임을 위한 '공적'이 필요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비은행 확장에 상당히 적극적인 것으로 안다"며 "최근 대형 금융그룹의 지배구조 및 의사결정에 제동을 걸고 나선 금융당국의 움직임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