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압력 커진 보험시장…비싼 ING·위험한 동양·소란스런 교보
입력 2018.03.23 07:00|수정 2018.03.22 20:21
    ING생명, 너무 높아진 몸 값에 인수자들 망설여
    동양생명은 부실 가늠하기 힘들어
    커지는 FI 압박, 교보생명 경영권 변화 가능성 거론
    • 연초부터 보험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 우선 최대 매물인 ING생명 매각이 올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 측보다도 인수후보인 금융지주사들이 '비금융 부문 확대 M&A'를 추진할 적기라고 볼 상황이어서다.

      이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중국 정부의 안방보험 경영권 접수로 동양생명  매각 가능성이 부각됐다. 또 기업공개(IPO)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교보생명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이외에 현대라이프 등 중소형 보험사들도 M&A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경쟁매물의 출현과 함께 인수후보들로서는 어렵다. ING생명에서 보다 선택지가 넓어졌다.

      일단 ING생명의 경우, 신한ㆍKB등 국내 대표 금융지주사들이 인수를 검토 중이다. 현 시점에서 '좋은 보험사'라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이 사실을 모두가 안다는 점이 문제다. 치솟은 몸값은 잠재 인수자들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산 규모(31조원)는 '빅3'의 5분의 1 수준이지만, 수익성은 이들을 따라잡았다. 지난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8.4%에 달한다. 자기자본 규모가 비슷한 NH농협생명(2017년 ROE 2.6%)의 3배 규모이며, 상장 생보사 중에서도 최상위권이다.

      최근 보험사 가치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자산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건실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자산구성을 보면 국공채 비율이 전체 운용자산의 55.8%를 차지한다. 업계 평균이 20%인 점을 감안하면 안전자산에 투자된 비중이 두배 이상 높다. 반대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비중은 0.14%에 불과해 업계 평균보다 낮다. 그럼에도 운용자산이익률은 3.58%로 업계평균(3.6%) 수준이다.

      그럼에도 '비싼 가격'이 인수자들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ING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1배로 삼성생명(0.7배)을 넘어섰다. 한화생명과 비교하면 2배에 달한다. 최대주주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지분 59.2%의 시가 기준 가치만 2조4000억여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3조원이 훌쩍 넘을 전망이다.

      동양생명은 반대다. 주가는 올 들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 14일 종가기준 주가는 7440원으로 상장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연말까지 2조원 하던 시가총액도 1조2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동양생명 내재가치(EV)가 2조8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내재가치는 계약가치와 자산가치 등을 고려한 보험사의 핵심 밸류에이션(가치측정) 척도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 0.41배에 머물고 있다. 업종 평균(0.7배)에 크게 못 미친다.

      보험업계 일각에선 동양생명과 ABL생명 경영권을 묶어 '꽝 확률이 높은 로또'라고 평가한다. 앞으로 어디서 부실이 터질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동양생명은 지난 2016년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과 같이 리스크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면서 대규모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저축성보험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도 문제로 거론된다. 단기 실적을 위해 저축성 보험 판매에 올인한결과 ROE가 치솟았지만, 이는 오래 유지하기 어려운 사업구조다. 지난해 다시 저축성보험을 줄이자 수입보험료가 급감했다. 동양생명 지난해 수입보험료는 전년대비 11.5% 감소한 5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렴하게 인수한 뒤 확실한 지원으로 자본 여력을 늘리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양생명-ABL생명 매물 가능성은 ING생명 위주로 쏠리던 생보사 매물판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 잠재매물 보험사 중에선 기업가치론 교보생명이 으뜸으로 꼽힌다. 자산규모만 100조, 순이익 5000억원의 국내 3위 보험사다. 특히 브랜드파워를 바탕으로 한 보장성보험 영업 경쟁력이 높다. 전체 보험 수익의 40%가 보장성보험에서 나올 만큼 안정적인 영업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평판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투자 당시 현 경영진에 우호적이었던 FI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업황은 꺾이는데 변화하지 않는 경영진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기업가치는 점점 하락하고 있다. 2012년 어피니티컨소시엄이 교보생명에 투자했을 때만 하더라도 동종업계 기준 PBR 0.85배를 인정 받았지만, 현재는 0.6배 수준이다. 증권가에선 삼성생명 PBR이 0.79배 수준에서 내년 이후에는 0.69배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를 감안하면 FI들이 인정한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받아 들이기는 힘들다.

      앞으로 1~2년이 큰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저금리 기조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에 따른 추가적인 자본확충은 피하기 힘들다. 현 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수 조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단 평가다. 대주주의 자본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IPO냐 매각이냐를 두고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이 올 수 있다.

      한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도 FI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라며 “교보생명 경영권에 변화가 있을 시 보험사 M&A 시장판도가 달라 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