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유탄 맞은 현대라이프
입력 2018.03.28 19:23|수정 2018.03.29 11:38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선 현대모비스
    사실상 현대라이프 경영에선 손 떼
    정태영 부회장, 현대라이프 증자 푸본생명과 논의
    증자결과에 따라 현대라이프 경영권에 변화 생길 듯
    •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전격 발표하며 자본확충이 급한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의 앞날도 불투명해졌다. 현대모비스가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내비침에 따라 경영권 변경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대차그룹은 28일 현대모비스 모듈 및 AS부품 사업을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이 현대모비스 존속회사 지분을 늘리는 형태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배구조 정점으로 자동차 부품사업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비핵심 사업인 현대라이프 증자에는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현대라이프에서 손을 떼려는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라이프는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뒤 누적순손실이 2270억원(지난해 상반기 기준)에 달한다. 매년 누적된 적자로 현대라이프의 지급여력(RBC)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48.0%를 기록, 금융당국의 권고치(150%)를 밑돈다.

      그동안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현대라이프가 밑빠진 독이지만 내버려 두긴 어려웠다. 그룹 지배구조 개선도 정부 눈밖에 나지 않도록 정공법을 꺼내든 상황에서 금융회사를 방치해 금융당국과 척을 질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이재원 현대라이프 사장이 하루가 멀다하고 금융당국에 불려다니는 등 압박도 심한 상황이었다.

      현대라이프는 작년 3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주주간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현대모비스(30.28%)가 불참함에 따라 나머지 주주인 현대커머셜(20.37%)과 대만 푸본그룹(48.62%)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현대라이프 관계자는 “3000억원 증자는 이전과 같이 추진된다”라며 “현대모비스 증자 물량을 현대커머셜과 푸본그룹이 각각 얼마만큼 인수할지에 대해 논의가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현대라이프 기존 주식의 가치는 낮아질대로 낮아진 상황이라 푸본그룹의 부담 규모가 조금만 더 많아진다면 경영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라이프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정태영 현대라이프 부회장이 직접 푸본그룹과 만나며 증자 비율을 협의 중"이라며 "경영권 변동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방식으로 결론이 나든 현대라이프가 정상화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푸본그룹은 한국 금융 시장에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대라이프가 수 차례 증자에도 적자를 피하지 못했고, 규제 변화로 소형 생명보험사들이 살아남기는 점점 어려워 지는 상황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 부회장이 현대라이프 인수의 주역이란 점에서 결국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는 “현대라이프 경영실패는 곧 정태영 부회장의 현대차그룹 금융사 장악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신호다”라고 말했다.